제목: 황혼 이혼
붉게 타 오르는 노을이 입속으로 들어간다
숨죽인 파도는
쏘시개처럼 뜨거워진다
먼저간 사람
뒷들미 잡고
밥은
국은
세탁기는...하다가
소리의 침묵속으로 돌아 서고만다
미칠듯이
죽일듯이
깔깔거리며 키운 정 어디두고
멈추지않는 마음의 충돌
궁핍한 가정사정
불편한 내정간섭
의처증으로 번져
뒤늦게 바닷물이 짜다고 벹아 내느냐
모래알
사람들
사랑으로 만난 인연
죽은 아내가 날아 다니다 입밖으로 나온다
별난 인생
사는 것도 잠간
봄날같은 세상 노을은 저렇게도 아름다운데
제목: 두레박(bucket)
시간의 무덤에서 퍼 올리는
핏줄같은 숨소리
조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이 들어있다
하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퍼 올리다가
퍼 오리다가
떨어뜨린 소망과 꿈들
가뭄이 절망처럼 갈라져도
가슴 깊은 곳
출렁이는 사랑은 마르지 않고
세상 버리기 달포 전
힘든 시외버스 타고
손부(孫婦)가 보고 싶어
삼일간 묵었다 이룬 소망
그리움에 목이타는
조모님의 생각을
건져 올리고 또 건져 올린다
제목: 자스민에 대한 소고(小考)
향기 때문에 청년은 죽지 않았고
향기 때문에 여인은 죽지 않았네
영원한 전설로 남은
비련은
비련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이였네
보랏빛 꿈은 생의 일모작
백색의 꿈은 생의 이모작
숫기없는 청년의 희망과
얼음같은 마음을 녹인 여인의 숨결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죽어
죽어서
투박한 앙금으로 살아난 향기를
사람들은
마시며 즐거워 하네
당신은 나의 것
나는 당신의 것
떨리는 찻잔 잔물결 일으키며
하얗게
하얗게 웃다가
숱한 연인들의 핏줄속으로 스며드네
제목: 딸 아이
동대구역 대합실
손안에 쥐어준
국희라 이름붙은 과자 한 봉지
손 흔들며
열차가 움직이자
국희의 가슴을 풀어 헤친다
어미의 글썽이는 손길이
아이의 체온에 닿아
하룻밤
푸짐했던 말이 되어
서걱이며 입속으로 들어간다
아이들 삶이
흥하나
궂으나
불안한 그리움은 어미의 몫
국희가 벗어 논 외투가
향긋한
아이 미소되어
살며시 껴안고 눈을 감는다
..안녕 하세요. 주례에 살고있는 키다리 입니다.
소중한 참여 정신이 소생을 등 떠밀어 올린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