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향기 : 가향
눈이 소복이 쌓인 흙에서
한 송이 꽃을 보았습니다.
그 송이는 연약하고 여려 보이지만
강직하고 아름다운 꽃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눈에 쌓여 있는 여린 잎일지도 모르지만
그대에겐 차갑고 하얀 눈이 가릴 수 없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먼저 있었습니다.
그 송이는 화려한 색감이 아니라
그 송이만이 가지고 있는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그 송이는
눈감고 있어도 느껴지는 향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겨울에 태어난 당신처럼
(부재_ 엄마)
소녀에게
여기 소녀처럼 어리고 가녀린 작은 새가
목 놓아 구슬프게, 울고 있다.
왜 우느냐 물어도
대답 없는 작은 새에게
또 물었다.
무서워서 우느냐
아니면
못 견디게 힘들어 우느냐
그래도 대답 없는 소녀에게
괜찮다, 괜찮다.
가슴 먹먹해지는 위로를 하니
울기만 하던 소녀는
작은 날개로, 저 멀리
더 담담하게, 더 힘차게
날아가 버렸다.
또 어디선가 울고 있을 소녀에게
괜찮다, 괜찮다.
(부재_ 엄마2)
눈물
말 한마디 보다 더 와닿게
몸짓 하나보다 더 인상 깊게
마음에 스치고
사무치는 감정에서
때로는 아무 이유없이
붉은 뺨을 타는
셀 수 없는 방울들
그 안에 서려있는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감정들
앞을 볼 수 없게 되고
마음을 무디게 하고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감정 앞에 진실함을
보일 수밖에 없는
감정을 담은 물이다.
별똥별
검정 도화지에
밝은 줄 하나 그어본다
어둠이 가득 찬 곳에
줄 하나 긋는 것이 뭐 그리 희망적이며
기쁜 일인지
추락하며 다 떨어지지도 못해 없어지는 것이
무엇이 낭만적인지
소원을 빌어보고
두 손을 꼭 모은다.
두 손을 모았더니 어두운 밤하늘에
그어진 밝은 빛 한 줄기는
어둠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차가운 색 공기
어느새 풍경은 포근한 색을 뒤로 하고
차츰
차가운 색으로 칠해지고 있다
포근함을 곁에 두고 그 위에 덧칠하듯이
천천히,
물들었다.
이제 차가운 색으로 온 세상이 뒤덮혀
겨울의 나날들로 가득찰 것 이다.
감정. 쓸쓸한 건지, 외로운 건지 모를 느낌들을
이 차가운 색 공기가 가져가서
나를 다독이며, 감싸 안아 회색으로 감돌았다.
이제 곧 그런 계절이 간다.
그때 까지만 아파하고 싶다.
김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