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기다림외 4편

by 청비77 posted Feb 10,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7년간의 기다림


핏빛 태양을 머리에 이고

걸어가야 하는 섭씨 38도의 한여름

너무 요란해서

지루함마저 느끼게 하는

느티나무 위의 매미들

그러나,나는 ......

매미의 울음소리가 경이롭다.

 

그때 한 아이가

곤충채집을 한다며

매미 등떨기에

날카로운 핀을 꽂았다.

 

~~

7년을 어두운 땅속에서 기다리다

고작 한 달을 살겠다고

세상에 나왔는데......

매미의 삶이 애처롭다.

7년을 기다려 얻은 소중한 삶을

핀 하나로 마비시켰다.

 



새벽 5시 수산시장


새벽 5시 수산시장, 비릿한 내음의 활기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묵직한 나무 도마 위에 축 늘어진 고등어 한 마리

번뜩이는 칼날에 숨죽이고 비늘을 벗는다.

제 몸뚱이 내려치기 전에 수천 번 되 내였을 살아있는 것들의 갈망

물비린내 위로 쏟아지는 흥정의 진솔함

찬 물 한 바가지에 벗어지는 화장발

게슴츠레한 옷가지 걸치고 누추한 행색을 입는다.

흐물거리는 내장 속 먹물

미끄덩거리는 유연함의 감촉

가시 달린 뾰족한 발

태초부터 지녀온 배내 저고리 주워 입는다.

깊은 세월 베어든 향기 덤으로 걸친다.

상념의 굴레마저 내팽겨 쳐지고

경매에 오른 가자미 활기차게 튀어 오른다.

새벽의 언저리에 펼쳐지는 바다의 향연

은빛 물결 일렁이며 헤엄치는 갈치 한 마리

장화 신은 이른 기상은 절박함을 걷는다.

채 피지 않은 일출 속으로

철벅철벅봇짐을 이고 걸어간다.




김장하는 날


하이얀 반짝임에 소리 없이 절여지는 날것

온 몸 가득 품어내던 푸른 시간들을 토해낸다.

빠알간 대야 안에 풀어지는 통증은

짠 내를 입어 쓰라려 온다.

11월 한기에 녹아드는 시름은 서둘러 짠 내를 덜어 낸다.

채반에 널어진 단내

뚝뚝뚝마지막까지 쏟아낸다.

빠알간 대야에 한 여름날의 붉은 태양이 내려앉는다.

금 새 하이얀 것들을 빠알갛게 물들인다.

금 새 푸르른 것들을 녹여낸다.

다름이 조화를 이뤄 맛을 이룬다. 더해지고 덜어지며 시집살이를 한다.

내어줄 것은 내어주고 버릴 것은 버리고 창조를 한다.

켜켜이 묻어나는 적당함의 미학

시간 지나 더해지는 깊음의 미학

붉게 물들어가는 단지 안의 철학

허리춤에 파고 드는 통증은 겨울나기를 위하여 한 번 두 번 두드려진다.

갓 담아진 설익은 태양은 시간을 머금고 농익어 간다.

푸름에 붉은 것이 더해지어 긴긴 겨울을 채비한다.



새 날 새 빛

 

허리춤에 리어카 매달고 언덕을 오른다.

빗물에 젖은 폐지 실은 리어카, 유난히 무겁다.

굽은 허리 펴질 줄 모르고 지나온 언덕 아래 구불거린다.

경사진 언덕길 토막 숨 끊어 내쉬면서 걸어간다.

해질녁 스레트 지붕 아래로

어느 날은 텅 빈 리어카를 끌고 오른다.

산입에 거미줄 친다.하얀 줄이 쳐진다.

굽은 허리 거미줄에 걸리었다.

아랑곳 하지 않고 굽은 허리 리어카를 끌고 오른다.

허기진 걸음걸음 위로 해가 뜬다.

빗물에 젖은 폐지가 우굴우굴 일어선다.

중력의 무게만큼 허리춤이 버겁다.

네 바퀴 굴러가는 자리마다 피어나는 통증

앓아가는 마디마디 쏟아내는 고뇌

슬그머니 다가서는 그림자, 손을 뻗는다.

절반의 무게, 스르르 일어서는 허리춤

하늘 한번 올려다본다. 흐린 날 사이사이 피어나는 빛

새 날 새 빛

 


여백

 

전봇대 사이마다 까만 거미줄 옭아맨다.

우뚝 선 잿빛의 존재는 여백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푸름 뒤로 들어선 공간

감았다 눈을 뜨면 사라진다. 어느새 잿빛이 들어서 있다.

인위적인 것들의 드리움은 천지를 뒤덮는다.

얼기설기 죄여오는 거미줄에 걸린 미생물

파르륵 파르륵꿈틀거린다. 미동조차 없다.

막대 하나 집어 들어 거미줄을 걷어낸다.

손을 내밀면 칭칭 옭아매는 까만 그림자, 거두어지고

여백이 들어선다. 푸름이 푸름으로 빛을 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 여백이 자리한다.

사이사이 한 발 내딛어도 걸림이 없다.

여백의 틈 사이로 손을 내민다.

사람과 사람 사이 여백으로 남겨둔다.

마음자리 놓아둔다.


연락처: 010-3797-0843  이메일: kmpjm@naver.com  성명: 박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