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아홉번째 이별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암흑
그 와중에도 깨어있는 존재는
나를 이별의 길로 인도하는 버스기사와
아직 잠 못드는 버스안의 생명들 그리고 나
나는 잠이 오지 않아서
서리가 가득 낀 창문을 닦아내고
고개를 들어보니
저기 저 산너머 뜬 달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좀 먹은 달
그 달아래 버스 안의 다른 얼굴 같은 표정의 사람들
생긴 것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피곤한 얼굴들
그 와중에 나는 저 사람들은 어디에 가는가 의문을 가진다
저 달아래 세상 사람들은 각기 수 많은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겠지
그들도 달을 보았을까?
보고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달은 오늘도 어김없이 밝건만
오늘따라 밝게 빛나는 저 좀먹은 달이 슬퍼보인다
달아, 너도 보름달이 되고싶지?
달아, 너는 그것을 알고있니?
떠나는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
그리고 달 아래의 수많은 삶을
발자국
앞으로 가노라면
못보는 단 한가지
'발자국'
시간의 순리에 따라 앞으로만 가야하는데
뒤로도 가고싶다
잠시 쉬며 걸이온 길을 보고싶다고
과거를 알지만 미래를 모르는 단 한가지 이유,
바로 '발자국'이 없기 때문
발자국은 만들어져 있는것이 아닌
밟고 난 흔적이라고
만약에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면
시간은 다시 되돌아 갈까
아닐거야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도 발자국은 계속 있을테니
그 대신 발자국이 있으니
걸었던 길을 알 수 있겠지
걸었던 길,
그것이 바로 발자국이다
하늘조각
비가 세차게 온 뒤
하늘을 보았어
근데 구멍이 한개... 두개...
여러 개네
저 없어진 조각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 그 조각들은 땅 위에 있네
이 조각들을 주워다가 하늘에 다시 돌려줘야지
사랑니
사랑니가 자랄즈음
내게도 사랑이 올까
사랑니가 자란다는 것은
사랑에 눈이 뜨여진 시기인걸까
이제는 사랑에 눈이 멀어지기 시작할 것을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한개의 사랑이 지났으니
또 다른 사랑이 날 기다리고 있어
사랑니가 자랄 즈음,
나는 세상의 거친 풍파를 맞으며 쓰러지겠으나
또 일어설 수 있겠지
사랑니가 자랄 즈음,
많은 일들이 벌어질거야
그림자
낮이되면
부끄러워 숨어있다가
밤이돼야
조용히 내 존재를 드러내지
당신이 나를 몰라줘도 상관없어
당신을 단지 숨죽이며 따라다녀도 돼, 밟아도 아프지 않아
당신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면 나도 따라서 멈춰있지
그러면 당신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또 가던 길을 가겠지
어둠 속의 동반자, 당신을 본뜬 모습이지만
난 가끔씩 당신보다 커보이기도하고 작아보이기도 해
어떤 모습이든 당신을 따라다니지만
난 결코 고백할 수 없어
왜냐면
그냥 당신을 짝사랑해서
따라다니기만 해도 행복하거든
그래도 가끔은 짝사랑만 해서
아프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