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았습니다
푸른 이끼가 서린
한보다 더 어두운 하늘에
살포시 얹은 마음이
시리게 아려올 때까지
흰 천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양 팔에 천칭을 매달고
마치 정의의 여신이 된 것처럼
공정하게 그대만 쫓는다면
검은 장막 속,
거울 속에만 사는 그대를
진정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검은 마음에 깃들 하늘이
하얗게 변화할 때까지
걷고 걷고 또 걸어서
상처 가득한 하늘에 빛이 들 때
찬란하게 꽃으로 피어나는 그대
상처 가득한 봉오리의 개화에
솟구치며 터져 나오는 눈물
아, 나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일 때
내가 하늘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을
그대가 나일 때
내가 비로소 내가 된다는 것을
아, 나는 이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