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문학 한국인 제 27회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몰락의 하루 외 4편)

by juliasyk posted Feb 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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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하루


꿈꾸는 밤이 가고 벌건 태양이 고개 내미니

죄를 품곤 별을 다는 자 창피도 모르고 또 눈을 떴네


어느새 핏빛 머금었던 동해가 벌건 태양 놓아주니

따가운 햇볕 아래 일하며 흘리는 너희 땀 모아 모아

죽어가는 너희 피 담아 담아

내를 이뤄 바다로 가더라

별사냥하러 배타고 가더라


어느새 기세등등하던 그 태양 모습 온데간데 없고 별만 가득한데

남은 자들은 말 없이 어둠 속에 갈라질 땅 밟고 위태로이 서있네

동쪽 바다에 새로이 뜰 태양 없는 것도 모른 채

초 들고 모여 어두운 밤만 견뎌내야지 하며 내일을 기약하네




엄마의 서른다섯


엄마란 단어 생각하며 아무개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떠올린다

“나를 위한 희생, 나를 향한 사랑”


엄마란 단어 생각하니 나의 신경질이 귓가에 맴돈다

“아 엄마 진짜 짜증나게”


그리고는 들린다 우리 엄마 목소리, 지금까지 내게 하시는 말씀 하나

우리엄마 서른다섯 언저리, 코흘리던 내게 속삭이시던 당부 하나

“엄마는 네 머리 꼭대기에 있단다”


강산이 몇번이고 변한 지금 저 말에 콧방귀만 뀌지만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들을 때 마다 하는 내 머리 위 웃으며 앉아계신 엄마 상상


우리 엄마 내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물으니

예나 지금이나 ‘미소’란 단어 하나

시간은 가는데 변한 것 없는 엄마 눈 속 나


다 커버린 지금 우리엄마 생각하니 괜히 아린 가슴

사랑과 비등비등하게 마음 한켠 자리잡는 미안한 마음

미래향한 답답한 다짐


그러나 정작 다시 열 살 되는 엄마 앞 나

나에게 엄마는 영원히 서른 다섯




대한은 홀로 우짖고


어둠에 홀로 앉아 처량하다


빛 한 줄기 보이지 않아

그림자라도 있었으면 바라고

바래진 한 줄기 끈만 되려 발을 묶어

시린 발바닥, 무디다


풀꺾인 날개힘과 빳빳이 세운 고개

목은 점점 조여오고

곤두세운 깃털조차 볼품없어

희망없이 희생하는 외로운 싸움


붉디붉은 머리와 푸르른 가슴으로

따스한 햇볕아래 뭉게구름 바라보며 하던 날갯짓 생각나

밀려오는 그리움과 북받치는 억울함에

또르르 또르르 흐르는 눈물

찌르르 찌르르 왠종일 운다




못난구석


사랑스러운 아이야


너는 엄마의 못난 눈을 닮아

세모 눈썹 세모난 눈

아빠의 못난 코를 닮아

이리저리 삐뚤 빼뚤


귀여운 아이야


너는 엄마의 못난 귀를 닮아

살이 그저 자글자글

아빠의 못난 이를 닮아

히 웃을 때 보이는 노오란 빛


아이야 아이야

부모의 못난 구석만 쏙 빼닮은 아이야


너를 보고 자신을 보고

너를 보고 서로를 보며

너를 보고 눈물 글썽이게 웃는 너의 아름다운 부모를 보렴

못난 구석 자랑하며 씨익 웃어주렴




미련


과거에 머물지말고 미래로 떠나라했다

얽매이지 않고 걸어나가라했다

뒤돌게 아니라 앞으로

앞으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앞으로

계속 앞으로


걸어나가지만

뜨거운 눈물 닦지 못하고

움켜쥔 옷깃 놓지 못한다


세 시간

네 시간

앞으로

계속 앞으로


보내보지만

시간이 떠나며 남기는 바람을 붙잡고

뜯어낸 마음 안고 버텨서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 계속

과거에서 살 듯 하다






이름: 김서윤

이메일: skim38@email.wm.edu

번호: 해외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