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콘테스트 시

by 별이야기 posted Apr 0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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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그 무렵



나는 홀로 양떼를 몰고

가둬높은 목장에 혼자 서 있었다

그 무렵 나는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것들을 햇빛처럼 여긴

검은 머리칼을 사랑했고

허름해진 옷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단지 나는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바람의 소리를 내며

당신이 언약한 약속을 상기하였다

짓밟힘을 허락받지 않았다

노을은 늘 붉었으며

태양은 잠자리에 들었고

달만이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허옇게 모래가 날린다

충분하지 않은 삶은 없다






아침의 방



잠들 수 없음을 타박하지마라

꿈을 꿀 수 없는

현실을 온전히 방 안에 가둘 수 있다면

나는 준비된 자아를 내보낼 수 있을텐데

충실한 존재의 우선으로

나는 내 방의 것들을 정리하고

당신의 방의 침입자로

또 객실은 몇 개인지

싱거운 하루는 얼마큼 남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읊조리는 새 속에도

방이 있고 울먹거리는 귓 속에도

방은 있다

오늘도 잠들 수 없음을

위로하라






높새바람


흔들려도 보이지 않네

그것은 없는 것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그러나 그것은 없는 것

너는 그 속에 있지


속이 텅 빈 그 속에서

너를 기다리네


모르니까 모른다겠지

알 수 있다면

여기에서 너를 기다리지 않겠지


아직 발자국 소리가 남았어





무채색


쓸쓸함으로 덮여진 나무 아래

고독은 곧 떨어진다

어떤 색깔로도 칠해지지 않은

심성을 말이다

그들은 괴물로 성장했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색이 없는 창문을 부수었고

그걸 꾸짖는 창문의 주인이

우릴 무채색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마지막 방



참 너는 갖혀 있구나

불편한 삶의 파편들이

쌓여있는 방에

조각을 먹으며 살아가는 새의 어깨 위로

한점 먼지가 떨어지는

울음을 맛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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