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그 무렵
나는 홀로 양떼를 몰고
가둬높은 목장에 혼자 서 있었다
그 무렵 나는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것들을 햇빛처럼 여긴
검은 머리칼을 사랑했고
허름해진 옷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단지 나는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읊조리고 있었다
바람의 소리를 내며
당신이 언약한 약속을 상기하였다
짓밟힘을 허락받지 않았다
노을은 늘 붉었으며
태양은 잠자리에 들었고
달만이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허옇게 모래가 날린다
충분하지 않은 삶은 없다
아침의 방
잠들 수 없음을 타박하지마라
꿈을 꿀 수 없는
현실을 온전히 방 안에 가둘 수 있다면
나는 준비된 자아를 내보낼 수 있을텐데
충실한 존재의 우선으로
나는 내 방의 것들을 정리하고
당신의 방의 침입자로
또 객실은 몇 개인지
싱거운 하루는 얼마큼 남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읊조리는 새 속에도
방이 있고 울먹거리는 귓 속에도
방은 있다
오늘도 잠들 수 없음을
위로하라
높새바람
흔들려도 보이지 않네
그것은 없는 것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그러나 그것은 없는 것
너는 그 속에 있지
속이 텅 빈 그 속에서
너를 기다리네
모르니까 모른다겠지
알 수 있다면
여기에서 너를 기다리지 않겠지
아직 발자국 소리가 남았어
무채색
쓸쓸함으로 덮여진 나무 아래
고독은 곧 떨어진다
어떤 색깔로도 칠해지지 않은
심성을 말이다
그들은 괴물로 성장했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색이 없는 창문을 부수었고
그걸 꾸짖는 창문의 주인이
우릴 무채색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마지막 방
참 너는 갖혀 있구나
불편한 삶의 파편들이
쌓여있는 방에
조각을 먹으며 살아가는 새의 어깨 위로
한점 먼지가 떨어지는
울음을 맛보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