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조용히 너의 옆에 팔을 받쳐 누워
네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규칙적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숨을 바라보았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그것이 멈춰버릴까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너를
밤새도록 네가 숨쉬는 것을 바라보았다
너는
너는 작은 손짓 하나로 속삼임 하나로
내게 부딪히는 세계를 꽉 채워 버린다
내게 선사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게 허락되는 모든 것에 질서를 확립한다
너는 감동적인 아름다움으로 나를 메운다
너의 곁에서 나는 부족함 없는,
꽉 짜여진 세계의 중심이 된다
프리지아
노란 프리지아가 붉게 물드는 곳
그러다 곧 검게 변하는 곳
그곳에 나는 있을거야
감싸주지 못해도
검붉은 프리지아의 잿빛 흐름을
한 발짝 뒷걸음질쳐 바라보겠지
나의 몸 한 중간에서도
먹색 질척임이 흘러나와
울며 날카로워지는 어두운 그 끝을 향해
닿지 못할 흐름에 흘러가겠지
이별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차가운 발걸음은 너를 떠올리게 하고
한숨 속에 섞인 기억은
아련함 속에 피어가고
상처 남은 곳은 아물어갈 것이라 믿습니다
색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며
네가 변하게 했던 내 생의 색이
또 한 번 변했음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그 후
이따금 웅웅 울리는 휴대폰 진동처럼
가끔씩 차오르는 너 때문에 나도 울리지만
괜찮아 이제 견딜만 해
덤덤히 이제서야 지나간 풍경을
밝았던 때와 어두웠던 때를 반추하며
추억하고 고이 접어 간직할 수 있게 되었어
너무 오래 보지 못한 너를 보게 되면
마지막 매듭 짓듯 꽉 한 번 너를
꼭 한 번 너를 빈틈없이 안아보고 싶어
응모자: 배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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