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창작콘테스트 시 응모 - 잉어 외 4편

by 홍문학 posted Apr 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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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



지느러미가 풍성한 괴기한 것.

나는 위로 서있었고

괴기한 것은 아래에 있었다.

얼음저수지 아래서 물장구 치는 것이

금방이라도 꼬리를 치고 튀어오를 것 같았다.


아가미가 여덟 개인 괴기한 것.

나는 이것의 숨통을 끊어야 하고

저 것은 기이한 아가미로 숨을 쉬었다.

손을 번쩍 들어 얼음을 내리 쳤다.

괴기한 것이 아래서 내 눈을 쳐다본다.


칼날 같은 비늘로 덮인 괴기한 것.

내 얼은 손에 칼날이 박혀 버렸다.

괴기한 저 놈은 내게 비늘을 뿜고

얼음 저수지 밑으로 숨어들어갔다.

박힌 칼날이 빠지지 않아 피를 흘렸다. 







돌에 머리 처박고

죽으란 법은 없다고


이를 드러내는 쥐새끼가

눈을 마주쳐왔다.


시큼하고 텁텁하고

역겨운 냄새.


쥐새끼 몸에서 나는 냄샐까.

쥐새끼 눈 속에서 나는 냄샐까.


꼴아 죽으란 법은 없다만,

죽기 위해 사는 냄새.


하수구 속에 쥐새끼와

눈을 마주쳤다.


찍찍거리는 울음소리

붉어진 내 눈두덩.





행복한 왕자




소년의 거무죽죽한 밤.

회색시멘트가 눈을 덮고

귀를 채우고 입을 막고

손과 발을 덮었다.


굳은 동공이

빛을 쫓고 있었다.


내가 소년을 보던 밤.

하얀 손을 잡은 채

눈을 감고 끌어안아

심장을 들으려 했다.


문득

귀를 찌르는 이명.


소년과 내가 보는 밤.

빛은 눈을 감아야 보였고

너는 쫓기만을.

두 손으로 굳은 시선을 덮었다.





잔해를 씻으며



손을 씻었다.

잔해의 냄새가 배여 있었다.


깨끗이 씻었다.

잔해를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비누향이 났다.

보름달이 빛으로 차오른 밤.


중요한 건 그녀가 감정으로

차올랐는지에 대해서였다.


그 밤, 그녀는 떠날 준비가 돼있었고

나는 손 씻을 준비가 돼있었다. 





바다이야기



울렁이는 공기 속에

팽팽 돌아가는 숫자들 속에

붉게 터진 눈을 비비고


다시 돌아가는 숫자들 속에

상품권 몇 장을 손에 꽉 쥐고

하루를 더하고 보태서


빙글빙글 구르는 조개들 속에

그녀를 생각하다가

분신을 생각하다가


매일 돌아가는 바다 속에

돌아오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속에

그녀와 분신의 외침을 막고


그게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을 위해서

그러니까 그게


당신은 모두를 위해서

그래서 모든 것을

바다 속에 묻어 버린 거였나.





응모자 : 홍민영

이메일 주소 : aldu3215@naver.com 

연락처 : 010-3828-9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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