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 새벽에 뜰에 나가니
잠이 안와 새벽에 뜰에 나가니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반달은 유장하게 하늘에 걸려 있고
별들은 그윽하고 아련하게 반짝인다
아 ! 오늘처럼 나의 삶은 이렇게 아름다우면 좋으련만 !
왜 못하는가?
바다의 향기가 좋아서 나는 바다를 좋아했다
산속의 고요함이 좋아서 나는 산을 사랑했다
이 좋음을 알면서도 왜 나는 탁한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가 ?
웃는 얼굴이 좋아서 나는 늘 그런 사람을 찾아다녔다
마음씨 좋은 사람이 좋아서 나는 늘 그런 사람을 찾아다녔다
이 좋음을 알면서도 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를 못하는가?
꽃향기 아름다워
꽃밭의 꽃향기 아름다워 꽃과 정사를 나누려 그녀에게 다가가 수작을 걸었다
꽃에게 다가가 은근슬쩍 그녀의 속살을 어루만지며 유혹하려 하는데
수줍은 듯 바람에 자기 옷을 나풀거리며 자기 속살을 보여주더니만
이내 바람따라 꽃다운 얼굴을 나에게서 획 하니 돌리며 나를 외면하는 그녀
에이! 오늘은 영 운이 없는 날인가 보다
넓고 넓은 하늘은
넓고 넓은 하늘은 끝이 없구나
깊고 깊은 땅도 끝이 없구나
해와 달은 끊임없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사계와 시간도 조금의 오차도 없이 지금 이순간에도 돌고 있구나
이 모든것과 더불어 나의 이 청춘도 가고 있구나
나는 지금 깊은 밤 산속의
나는 지금 깊은 밤 산속의 고요함 속에 묻혔있다
아무 소리도 아무 불빛도 찾을 수 없다
그 어떤 생명의 기척도 느낄수 없다
오직 나의 심장의 박동소리와 가느다란 내 호흡소리만 나와 같이 하고 있다
내 박동소리, 내 호흡소리, 나와 평생을 해왔지만 오늘이어서야 너희들을 온전하게
만날수 있어서 나는 지금 이 깊은 밤 산속의 고요함에 얼마나 감사를 하고 있는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