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기억 외 4편

by 홍시 posted Apr 09,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억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비가

너의 이름을 가져와 심장에 멈춘다.


비가 오는 날은

너와 닮은 그림자에 시간이 멈춘다.


젖은 너의 가방과 물기 잔뜩 먹은 바짓단

축축한 오른쪽 어깨가 떨어지는 빗줄기를 멈추고 서있다.


모두가 멈춰있는 버스정류장

낡은 벤치가 비를 털고 있다.


버스가 멈추고 비도 멈췄다.

우산을 탈탈 털고 버스에 올라

뿌옇게 서린 김을 닦고 창밖을 본다.


텅 비어 있는 버스정류장

마른 수증기가 멈춰있다.



빈 자리


새벽파도가 포차거리 조명을 물보라로 덮는다.

작은 포차의 벽은 시기지난 달력이 깔끔하게 붙어 있다.


14개의 의자

2개의 동그란 식탁

길쭉한 테이블 하나


바닥의 시멘트는 물때가 탔고

기름 난로가 쓸모없이 서 있다.


텅 빈 수조 먼지 한 톨이 없다.


주인 없는 칼은 날이 바짝 서 있다.


비릿내가 덮은 바닷가 포차거리.

여기는 냄새가 없다.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것


그늘진 꽃송이 사이로 떨어지는 낮

옆구리를 간질이는 봄바람

낮게 깔린 하늘

햇볕을 부수는 개울의 파동

봄 냄새로 물들은 흙길

여린 풀을 스치는 너의 살내음

명치아래쪽 간지러운 울렁거림.



당신이 알아야 하는 것


민트향 아이스크림을 요거트로 바꾼다는 건

얌전하던 손가락이 리듬을 타는 것.


팽팽한 눈가가 주름진다는 건

사랑스런 미소가 당신을 따른다는 것.


기다리는 발 더듬새가 가볍다는 건

쓰레기 더미 냄새도 꽃바람이라는 것.


매무새의 버릇이 당신을 닮은 건

비어 있는 시간을 당신으로 메운다는 건

기억의 공간이 공기도 없이

당신으로 가득 찼다는 것.



그녀의 사정


블록위의 고등어

달이 어설프게 서쪽 낮은 산에 걸렸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거리에 버려졌다.


파도 소리만 펄럭거리는

등대로 가는 길.


고등어의 등살이

가로등에 비쳐 발광한다.


고양이가 오른쪽 앞발로

고등어를 툭

알이 터져 나온다.


마른 눈알에 비친 고양이는

흠칫 뒷걸음질 친다.



응모자 성명 : 홍민희

이메일 주소 : mingml77@naver.com

HP연락처 : 010 6341 9579


Articles

9 10 11 12 13 14 15 16 1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