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창작콘테스트 응모합니다

by Amy posted May 02,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이스크림의 화법

 

젖은 밤은 나날이 낡아간다

 

서툴게 모은 다리가 마침내 저려오기까지의

꼭 그 만큼의 시간동안만

당분은 당신을 무르게 할 거야

 

가라앉는 동안에도 녹을 것은 녹는다

 

눈물은 가끔 몸 밖에서 흐르기도 해

당신의 갈라진 초콜릿 코팅 사이로

몇 방울의 단물은 또 새어만 가는 거지

 

방울지는 동안에도 마를 것은 마른다

 

울음에 대해선 엄격한 당신이기에

달콤한 웅덩이를 헤엄치는 동안에도

냉장고엔 또 몇 개의 당신이 얼어붙어 가고

 

마루 귀퉁이의 어깨가 야위는 새에

한 방울의 끈적임은 그대로 굳었다






카메라, 옵스쿠라

 

찰칵, 하고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지점마다 걸쳐 둔 프레임을 들여다 본다

서로 녹아들지 못하는 꽉 찬 스펙트럼들

흐름 아래로 가라앉았던 표정들이 또렷이,

달려들 때면 서둘러 눈을 감았다

고쳐 쓸 수 없는 단단한 기록들이 요란히 구른다

끝내 보지 못한 액자 이면의 어느 부분에서도

우리를 찾을 수는 없었으리라

 

네가 골목마다 멈추며 돌아볼 때

나는 무심코 네 그림자를 밟고 웃었다

눈을 감은 채 프레임 속으로 기어들었다

소등된 세상에는 경계가 없다

내 모든 두려움이 변색되는 검은 상자

눈빛과 행동으로 마주보지 않고도 밀착된

 

우리는 밀도 속에서 곡선으로 여문다






울지 않은 전화기에 남은 것

 

혹시, 잊은 것이 있지는 않나요?

 

그러니까 시간은

무릎을 동그랗게 오므린 작은 발치의

열두 개 다이얼에서 잠이 든 거예요

 

눈꺼풀이 끈적하게 녹아들 즈음이면

내 빨간 전화기가 가라앉은 거품 새로

고무함지의 물은 또 허리까지 차올라요

 

아득히 밀려났다가도 가득히 차오르는

슬레이트 지붕 끝 겨울 햇살처럼

서툰 손엔 좀체로 잡히지 않는 것이 있어요

 

다이얼 사일 겅중거려 뒤쫓았더래요

그래도 높기만 한 뒷덜미는 안을 수가 없어서

나는 또 슬그머니 뒤꿈치를 세워요

 

당신은 내 성장이 지겹도록 더디다며

손톱을 잔뜩 세워 겨드랑일 간질이는데

그건 또 새살이 차오르는 느낌과 꼭 같아요

 

그래서 들숨으로 비눗물이 밀려드는 동안에도 나는

잠들기 전에 한 번만 더 울게 해 주세요!

하고 악다구닐 썼더라니까요






하수구, 너머

 

여기, 너도 모르는 새 도려내어진 너의 일부가 스몄다

너의 어느 변두리에서 맴돌던 나의 일부 또한 너의 일부에 스민다

 

우리는

무수한 입구를 거쳤음에도 같은 모양새로 흘렀다

와중에 네가 잘라 건넸던 것들과

네게서 잘려 나온 것들의 모양새는 판이했다

 

조각과

찌꺼기

사이의 먼 울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어쩌면 우리는 굴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흘려보내도 좋을 것들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먼 손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결코 들여다볼 수 없음에도 우리의 단면은

빠르게,

아래로,




고래의 방

 

1.

오래 전 고래에게 열쇠를 건넸다

그는 그것을 단숨에 집어삼키곤

심해를 더듬어 사라져 버렸는데,

내 여윈 폐에 고르륵 물이 찰까 붙잡지도 않았다

 

2.

좌심방에선 가끔 고래가 솟아 오른다

빈 맥주 캔 속이 그렇게 어두운 줄 알았더라면

손가락을 굽혀 두드려보지 않았으리라

 

3.

홀로 여며둔 맹세가 바알갛게 녹슬어갈 즈음에

육중한 지느러미는 양철 가슴 아래로

늑골을 따라 빙글빙글 비행운을 그리는 것이다

 

4.

정수리에서 터지는 그의 비명에

발목까지 젖은 나는 머리채를 늘이고

손목배기 언저리에서 양수가 밀려들면

드디어 고래가 상륙할 테니 빗장을 열어야지


Articles

9 10 11 12 13 14 15 16 1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