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창작콘테스트 공모전 시 부문 <돌>외 4편

by 시나브로 posted May 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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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고 쪼개지고 깎이고 갈리어

너 드디어 하나의 조각 되었구나


거칠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우아한 자태 뽐내는 너를 본다


내가 이리 무너져 내리는 것은

또한 하나의 조각되기 위함이리라


그 끝은 감히 상상도 못하겠으나

나를 부수는 손길에 몸을 맡긴다

바스러져 뒹구는 돌 스러기가

내 운명은 아니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방황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낯선 것들 투성이


시간에 떠밀려 탄 버스는

나를 잿빛 현실로 떠넘긴다


주머니에 남은 것은

눅눅한 체념 세 알갱이


용기를 집어삼킨 요금기는

미지근한 열정을 외면한다


그러나 버스가 달릴수록

도리어 나는

내리어 달릴 힘을 얻는다.



어머니

살면서 가장 쉬운 일은

사랑받는 일인 줄 알았다

그대가 주는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었기에


살면서 가장 쉬운 일은

사랑을 노래하는 일이었다

나 역시 그대만큼이나

그대를 사랑한다 믿었기에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나는

그대가 주는 사랑 받지 못하는

그때를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아직은 멀고도 멀었을 그때가


또한 시간은 흘렀고 나는

그대의 사랑을 어렴풋이 느껴서

감히 사랑을 속삭일 수조차 없노라

그것이 흉내조차 버거운 것인지라


다만 내가 약속하는 것은

언젠가 꼭 사랑하는 법을 배워서

당신처럼 사랑하는 법을 깨달아서

지금껏 받은 사랑 돌려드리리라는 것.


무등

당신께서는

그 널찍한 어깨에

나를 올리셨지요.


그 위에 올라앉아

발을 동동거리고 있노라면

세상은 왜 그리도

낮아 보였을까요.


내 몸이 당신을

짓누르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해맑게 웃던 나는

아마 어렸나봅니다.


이젠 오를 수 없는

움츠려든 어깨는

그러나 내 앞에 굳건히 서서

모진 바람 맞고 있어요.


아직 차마 당신을 업지 못하는

나는 그대의 그림자에서

눈물 아닌 웃음 짓고 기다립니다.

당신이 돌아보실 때를.


말이 피운 꽃

우리는 꽃을 피울 수 있어

네가 무심코 툭 던져 놓은 한 마디가

어쩌면 칼바람이 되어

소녀의 손목에 붉은 꽃을 피울지 몰라


우리는 꽃을 피울 수 있어

네가 슬그머니 내려놓은 한 마디가

봄바람이 살랑이듯

소녀를 간질여 웃음꽃을 피울지 몰라


우리는 모두 꽃을 피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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