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식혜> 외 4편

by 뚜뚜루뚭 posted Jun 0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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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

반딱반딱 유리잔에 행여놓칠세라
살얼음까지 가득 담아주시니

입을대고 소로록 물어 삼키면
그 삼삼한 단맛이 꼭
할머니의 미소같아
꿀꺽꿀꺽 단숨에 비워내고

은수저를 신나게 들고와서
옹기종기 긁어모아
한숟갈 포옥 떠서 들면

퉁퉁불어 주름깊게 패인 밥알이 꼭
할머니의 사연 담긴 손 같아
목이 매여와 얼른 말한다

할머니, 한 잔 더요


부모님

낙엽이 떨어지는
저 나무 끝

거슬러 내려가보면
그 끝에 숨어있는 단단함

몇 백년, 긴 생동안
흔들리지 말거라

흙을 꽈악 움켜쥐고
지탱하는 뿌리

수십년,  긴 생동안
흔들리지 말거라

나를 꽈악 끌어안고
지탱하는 뿌리

그 뿌리 삭으면
어떡하나 하면서도

여전히 뿌리에 두 밑동 담근다.

아마 평생

편지

작은 봉투 속에 담긴
네 마음이
너무 향긋해서

열어보고 열어보고
수없이 눈걸음을 하다

달콤함이 달아날까
얼른 다시 접어넣는

내 마음을
너는 알까

아침 눈 길

새하얀 카펫을 펼치듯이
우아하게 내려앉는 함박눈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위로 지나가는 귀인없어
슬픈줄도 모르고
아무도 밟지않는 그 길이
참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눈 길 점점 탐스럽게 오르니
외로움도 덩달아 복스럽게 쌓여
소복소복 조용히 땅을 치고 통곡하더라니

반짝이는 햇살만이
얼어버린 마음 어루만져
안아주더라.

나비

내 몸 칭칭 동여 감아
꿈의 터널로 들어가면
끝이 어딘지 모를 어둠이 쓰다

외로운 공기 속에 갇혀
숨죽이고 있으면
나만의 공간에서 마법에 걸린다

부드러운 따스함이
터널을 두드릴 때
최면에서 깨어 눈을 떠 본다

저 멀리 빛이 보여
한 발짝식 내딛다
끝끝내 터널의 끝에 섰을 때

나를 부르는 햇살을 향해 달려가
양 팔 활짝 벌려 봄내음을 끌어 안는다.

이름 : 김효희
이메일 : khhwin1@naver.com
h.p : 010-4616-8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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