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돌아
돌아돌아 벌레돌아 어데갔나 알 수없네
닌지낸지 알 수없어 얼굴을 가려버려
걱정마라 염려마라 말꼬리 사라지고
잡초들은 알아서 약치고 살라하네
스승의 날
아침에 받은
카네이션 한 송이
참 곱다
생화는 아니지만
마음으로 접은
카네이션 한 송이
참 곱다
내 가슴에 달려다
잠시 망설여져
너를 내려놓는다
내 손위에 살포시 앉은 꽃아
진정한 스승이 되는 날
너를 내 가슴에 달려하니
그 날이 먼 산 바라보듯 멀기만 하다
그래도
너를 바라볼 수 있음에
스승이 되는 이 길에 서있음에
감사의 마음을 감출 수가 없구나
시상
바람에 불리어왔다
바위에 부딪혀 사라지는
불모지의 파도처럼
밤새 꿈 속 어딘가
보일 듯 보일 듯
써 내려가던
내 영혼의 노래
그의 뒷모습이
사라져간다
그가 어느 꿈속에
파묻혀 가는지
애간장이 녹 는다
놔두자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놔두자
후회스런 잔상들이 흘러가게 놔두자
소낙비처럼 흥건하게 흘러가게 놔두자
한 참을 쏟아내 맑아진 물방울로 흐르게 놔두자
고요하고 따스한 태양을 바라보게 놔두자
빛 속에서 소망의 무지개로 피어나게 놔두자
나비
꽃잎 흔들릴까
다소곳이 앉는다
양손가득 꽃수레
한 수레 가져왔다
한 수레 풀어놓고
군침도는 꿀 한잔
어지런 마음 접어두고
한잔 얻어먹을 심사에
가지런히 앉아본다
너 한잔 나 한잔
주고 받다 보니
하늘거리는 춤이 절로 나온다
채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