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
너와 나의 공간 안에 매달린
작은 틈새 사이로
허튼 바람이 불어 왔을 때
이별을 예감하는 비가 내렸고
가을은 무자비하게 떠났다.
하얀 눈물이 떨어지는 저녁에
속된 바람은 허무가 되고
너와 나는 헛된 약속도 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짧은 행복은 쓰라리게 남아
비웃음의 미소로 남겨진
옛 기억으로 새벽을 맞는다.
새와 나
겨울의 새는
우는 법을 몰라
애태우다 죽었어
하늘도 얼어있는
나뭇잎 사이로
엷은 바람이 부는
도시의 숲
이별 없는 만남은
없는 거라고
새는 죽으면서
말 하고 싶었을까?
그해 겨울은
어미새의 부리에
흰 꽃이 피고 있었고
행인의 발끝에
날개는 차이고 있었어.
또 하루
길을 걸었다
어제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고
그는 멀어졌다
바람이 울고 있는 어제는 슬펐다
더욱 슬픈 건 아무리 마셔도
오늘은 취하지 않는 것
하늘이 가을 색 일 땐
긴 팔을 입고
하늘이 긴 팔 일 땐
가을을 입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거울 앞에 서
내게 말 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늘과 같은 어제라고
남 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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