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 월간문학 창작콘테스트....................시 응모작 9 편

by 하운 posted Mar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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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꽃


갑자기 다가와

빠졌던 늪

사랑인가 하는 순간


늪은 마르고

마음만 젖었다가


사랑의 조각이

봄비 되어

서럽게 내리면

임 남긴 발자국마다

사랑의 향기가

꽃이 되어 피어납니다.



(2) 병


유리로 병을 만드니

유리병이 되고


자기로 병을 만드니

호리병이 되고


플라스틱으로 병을 만드니

페트병이 되더라


병에

술을 담으니 술병이 되고

꽃을 꽂으니 꽃병이 되고

향기 담으니 향수병이 되더라.



(3) 미필적 고의


바람처럼 왔다가

연기처럼 가버린 사랑아

왔으면 왔다고 말이라도 하지


그대가 내에게 왔을 때

의미를 알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대가 떠난 후 생긴

가슴의 빈자리

공허로 가득합니다


왔다가 떠날 사랑이라면

처음부터 오지 말아야지요


가버린 사랑의 그리움에

이 밤, 잠 못 들게 하는 것이

당신의 미필적 고의였나요.



(4) 미련


연두에 이끌려

이파리 쫓다가


꽃에 반해

다가간 걸음


꽃술에 유혹당해

놓아버린 정신


향기 취해 매달려 본다

봄이여 가지 마오.



(5) 봄꿈


지난겨울

모진 한파

주검처럼 견디다


차가운 얇은 햇살

하나하나 엮어 모아

볼록하게 담은 꿈


꽃이 될까 잎이 될까

생각을 말자


담은 꿈

아름답게 피우면 그만인데.



(6) 부드러움


흐르는 물은

계곡을 만들고


부는 바람은

바위를 깎아낸다


부드러운 신과 발에

무쇠도 닳아 없어진다


강하게 때리는 자

부드럽게 안아 주자.


(7) 서울의 땅


사대문 비싼 땅

명동을 필두로

줄지어 선 가로수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 당한 수종들

떵떵이며 서 있다


북한산, 관악산

태백산, 지리산의 거목도

서울 가로수

거만한 눈 아래로 보이고


보도블록 밑

아스팔트 아래

빛이 없는 지하로 뿌리 뻗어

은밀히 넓혀 가는 검은 영역


땅 속은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세상


줄기 상한 가로수

껍질로 감싸 안고 숨겨 보지만

너무도 썩어 드러난

흉한 구멍 구멍들


지난여름

태풍에 쓰러진 몸

치워져도


뿌리

비싼 흙 포기하지 못해

땅을 안고 통곡한다.



(8) 서울의 봄


회색의 세상은

낮과 밤 분간 없고


쏟아져는 언어는

참과 거짓 분별 없고


가진 자 연극은

희비극 구분 없고


힘없는 서민은

귀천이 따로 없네.



(9) 죽음의 색


나는

죽음의 색을 좋아한다


꽃이 피면

지는 것을 알면서 좋아하고


석양이 물들면

어둠이 올 줄 알면서 좋아하고


단풍이 물들면

떨어질 줄 알면서 좋아한다.




E-mail : winp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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