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차 콘테스트) 내가 사는 외 4편

by 쭈니 posted Jul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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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나라는 것을 위해 바친 시간들.

나를 고집하게 만드는

나를 꿈꾸게 만들었던

나를 꿈의 포로가 되게 만드는


환영을 던져버려.


여태까지 나를 고집해왔지.

하지만 실상은 계속 변화하는 내가 있을 뿐.

어디에도 나만을 위한 단어는 없어.

어디에도 나만을 위한 꿈은 없어.

어디에도 나만의 시는 없어.


나는 그저 여기에서 새로운 시를 쓴다.

그리고 실컷 즐기면 된다.


멋쟁이


혹시 부처님 보시면 안 멋질까봐

백날 나를 꾸미고 포장하고 나를 좋은 놈이라 포장하며

내가 쓰는 아름다운 글이 시라 믿으며


1비트로 삶을 살고

2비트로 나라고 주창하며

3비트로 돈을 추구하며 누가 되길 꿈꾼다.


진정으로 멋져지려면

나를 욕하고 나를 무너뜨리는 와중에도

나를 사랑하여 웃게 만드는

나만의 힘이 필요해.


누가 울고 웃어주고

떠받들어주며

인기직종 아니라고 뒤안길에 앉아서

그래,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아.


그런 소리 하지 않겠어.

거칠어도 좋다.

숨 소리가 거칠어도 좋다.


즐기자! 내 인생이다!


기만


쓰면서도 기만한다.

뭐가 틀렸는데 분명히 뭐가 틀렸는데 그런데 써버렸어? 어쩌지?

형식에 맞추면서도 기만한다.

아,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아름답게 썼는데 나는 형식에 맞췄는데도 따라가지를 못한다. 어쩌지?

배우면서도 기만한다.

대체 아무리 배우고 또 배우면 뭐해? 남이 읽어주지도 않고 부모님 한 숨만 얹는 이딴 글.


포기할 때도 기만한다.

결국 쓰는 것 밖에 할 줄 몰라. 도망쳐보니 깨달았어. 쓰는 것만이 소중해.

다시 펜을 잡고도 기만한다.

아, 인간은 결국 아름다운 존재야!! 쓰고 싶어!!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뒤통수를 때려 나를 연다.

그냥 좋았으니까 쓰지!!! 뭔 이유가 필요해?!


진정으로


뭔가 다 던져볼만 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삶을 못 사는 게 나를 포함해 몇 억 명인데 한낱 사람으로 태어나서 갈망한다.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싶다.

아무도 나를 사랑할 의무가 없는데 나를 포함해 몇 억 명이 사랑받고 싶다고 꿈꾸다 잠만 든다.

아, 뭔가 진정으로 즐겁게 살고 싶다.

살아있는게 얼마나 즐거운지 심장이 1초에 1번씩 뛰는데 지겨워 죽겠다고 우울증에 걸려버린다.


진정으로!!!

여기 살아있지 않은가?!


결국


결국에는 내가 제일 잘났다.

내가 이 무리 중에 최고다.

PR이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형식을 첫날 백날 배워서

사람 뼛 속 깊숙이에 박힌 마음을 저격한다 쳐도

결국엔 내가 제일 잘났다.

부처님께 말하고 부모님께 말하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던 것 뿐이다.


내 몸뚱이에는 때, 피부 껍질이 두 개 밖에 없는데

이 마음에는 천 만 가지의 껍질이 겹겹이 쌓여있다.


결국 내가 제일 잘났다고 말하고 싶을 뿐.

나를 좀 봐달라고 말하고 있을 뿐.


사실 시 속에 내가 있다.

웅크려 올려다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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