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초
보아라!
긴 소매가 뻗어 내린
선(線)의 아름다운 물결이
허공에 춤추는 선녀가 아니던가.
푸르고 높은 기상은
부드러운 듯 굳세고
몸매는
가냘픈 여인의 허리처럼 아름다워라.
청초하고 고고함은
선비의 기품이요.
입술 같은 꽃망울은
향기로 세상을 흔들어 깨우네.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너의 요염한 자태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
밤에 부친 편지
밤은 깊어 가는데
생각은 천리를 오락가락.
그대가 나를 잡고
물고기 눈이 되라 하더이다.
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여
칠흑같이 어두운 밤
검은 종이에
편지를 썼지요.
아무리 써봐도
"사랑해" 이 말 외에는
무엇도 쓰여 지지 않아
그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밤바람에
편지를 실어 보내고 보니
한 줄 글 속에
"영원토록"이란 말을 빼 먹었습디다.
그대여,
영원토록 사랑해.
사랑을 훔친 죄
그대만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단지 사랑을 훔친 죄
그것 밖에 없는데.
벤 치
홀로 덩그러니
길게 누운 벤치 하나.
누구든지 편히 쉬었다 가거든
"벤치야 고맙다"
인사나 하고 가자.
누가 너를 위해
등을 내어 주더냐.
꽃비 내리는 길
비가 내리는 날이면
온통
그대 생각 뿐.
새벽부터 내린 비가
메마른 대지를 적시네.
온 산삐알엔
桃花(도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봄비에 꽃잎 다 떨어질까
마음이 졸인다.
내일은
그리움 가슴에 안고
꽃비 내리는 길을
걸어 보리라.
인생의 노래
뒷동산에 홀로앉아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노라.
인생은
물속에 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은 것을.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어
구름을 흔들고
하늘이 푸르면
물빛
또한 푸르네.
아,
젊은 시절엔
뜬구름 쫓아
바람 되어 살았구나.
한 나그네 여기 서서
후회의 눈물 흘리노라.
강물도 흐르고
구름도 흐르고
내 인생도 덧없이 흘러가네.
세월아 세월아
불꽃같은 내 인생아.
마지막 열정으로
한 점의 살이라도 다 태우고 가자.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이제야 여기 서서
임에게
던지노라.
이
세상에 와서 인연되어
정말
행복하였다고.
진정 고마웠다고.
한 나그네 여기 서서
참회의 눈물 흘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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