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솔거 외 4편

by 천운 posted Jul 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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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

모두가 따라오고 있다
도와주는 이 하나없이 이끌고
다가오는 위협 모두 물리친다
원하지 않은 솔거였음에도
불평하나 하지 않고
들을 이유가 없는 질타를 들었음에도
변명하나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선구자로 받들려져
모두를 솔거하였음이다


물방울 꽃


세상의 부숴진 구멍 속에서
아련하게나마 남아있는 잔재에
희미한 물방울 꽃을 바치는 아이에게
그건 무슨 의미를 지니는가

길을 지나갈 때 마다 보이는 점이
시간이 지나가 선이 되고
이윽고 세상이 되었는데
그때 본 점은 이제 없으니
나는 거기에 물방울 꽃을 바친다

물방울 꽃이 가져오는 희망과 슬픔
오로지 슬픔만 모으기엔 너무 크고
그렇다고 희망만 모으자니 너무 작구나
이에 우리는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기로 했으니
물방울 꽃은 즉 세상을 적시는 작은 비가 되었다


삼천(三天)

일의 하늘, 유일(有一)
다른 것을 배제, 부정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내세운다
받아들이지 않는 하늘은 고독
그것은 꿋꿋이 홀로 선 자의 것이다

둘의 하늘, 다법(多法)
모든 길을 긍정, 수렴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간다
전부 받아들이는 하늘은 혼돈
이는 모든 걸 지휘하는 자의 것이다

셋의 하늘, 무정(無情)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자리에 앉아 기다린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은 평온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모든 자의 것이다

삼천은 경계가 없어 유일하며,
수 없이 존재하지 아니 함은 물론
그 뜻이 전혀 달라 어울려질 수 없음도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는 곧 하나가 되었으니
두 번 다시 셋으로 나누어지지 않았음이다


불로장생초

옛적부터 나를 찾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아무도 날 찾은 사람이 없으니
내 존재의의가 사라져간다

이 몸 하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태어났으나
발견되는 일 없이 이렇게 나 혼자만 살아가니
나는 곧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난 내 의의를 포기하고 몸을 버리니
이것이 불로장생초의 뜻이다
뜻은 곧 허상이 되어 세상의 입에 올려지게 되었다


사막

뜨거운 태양빛 아래 터번을 쓰고
다 말라 비틀어진 수통을 잡고
점점 힘들어 하는 낙타에게
아무 말 없이 등 한번 쓰다듬는다

비가 오지 않는 이 곳은 사막
모든 생물의 어머니인 물이 없는 곳
그곳에서 악착같이 살아가는 생물들
여기가 곧 생명의 터지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 담요를 덥고
다 써가는 볼펜을 잡고
점점 힘들어지는 나에게
아무 말 없이 조소를 보낸다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이 곳은 사회
모든 성공의 어머니인 실패가 모인 곳
그곳에서 악착같이 버티는 사람들
여기가 곧 삶의 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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