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
은빛 실로 꿴 달
흔들리는 목소리
무너져 내리는 새벽
읊조리다 새긴다,
사랑하다 잊는다,
걷고 또 걷는다.
왜,
그 무게,
입가의 주름,
파르르 떨던.
찬 공기에 퍼지던
입김으로
서로를 녹여주었다.
*
한 잔의 미학
네가 떠나 버렸다고,
한숨 한조각 나올까.
거품, 거품 모두
사그라지면 그뿐.
자정 즈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긴긴 밤중
감정의 찌꺼기 소용돌이
꿀걱꿀걱 삼키며
홀로 오도커니
바라보면 그뿐.
*
가을이 성큼
여행에서 산
목각 고양이 달력
서투른
조각조각 엉성한
솜씨 그 사이로
기억이 스민다
뙤약볕 걷고 또 걷고,
그날의 온도 떠올리며
손사래를 쳤지만
살결에 켜켜이 쌓인
햇살, 아름드리 그늘져
입꼬리가 노을진다
하루만큼 점점
하늘도 드높다 째각째각
흐르는 공기
외로운 바람에도
눈 감으면 색색의 물고기
미끄러지듯 지나친다
*
책장
오랜만에
눈에 밟혀
그 목소리 꺼내보았더니
몰랐던 앙금
휘휘 엉망진창이 되었다
비가 내린 진흙탕
수면위에 비치는 잔영들
물방울 물방울 서로
더하고 더하여
일그러졌다
보름달 뜨자
뽀얀 먼지 반짝여
더는 손댈 수 없었다
남은건 오로지 한 권의
그대
*
찰칵
한 글자 한 글자 무게감
아픔의 무게는
저마다 다른 표기방법이 있어
똑같은 목소리는 없어
사랑을 사랑을
박제할 수 없다는 걸
순간에 담으려 해도
플래쉬가 없는 걸
선인장의 꽃
일년중 하루
징검다리 폴짝폴짝
물, 돌, 수풀, 땅 바닥
백지에 검은 연필
겹쳐 쓴 종이자국 그 흔적
아름다운 언어
뒤이어 나는 비릿함
끝도 없는 새벽
그리고 Enter...
응모자 : 이유진
(equilibration1@naver.com 01o. 939ㅣ.46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