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전 시 부문 - 여기 외 4편

by 꿈은작가 posted Aug 09,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기

 

무언가에 홀린 듯 이끌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왜 이곳이여야만 하는지

답을 찾을 수가 없는

내 마음이 놓인 곳은

그저 이상(理想)

 

바람의 향기를 따라서

파도의 소리를 찾아서

파란 하늘빛을 쫓아서

그리웠다 하고 싶지만

내 두 발을 묶는 곳은

그저 현실(現實)

 

무서운 태풍의 소용돌이 속

너무 뜨거운 태양의 볕은

조급했던 나의 마음

 

알아가기 위해 선택하고

희망하기 위해 결단하여

벗어나기 위해 출발했고

살아가기 위해 도착했다.

 

달콤한 바람의 향기와

은근한 파도의 소리와

순수하기만 한 파란 하늘은

넉넉한 나의 위안

 

용기는 순간의 힘, 그것이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았고

두려움은 지속의 힘, 그것이

그럼에도 나를 여기에서 살게 한다.

 

이곳은 나의 과정이고

여기는 나의 결과이다.



삶에 웃다

 

샛노란 나비를 만났다.

나비의 날갯짓을 쫓아가다

노란 풀꽃을 발견했다.

풀꽃의 향기를 따라가다

초록의 숲에 도착했다.

 

숲 속 투명한 바람과 마주했다.

바람의 소리에만 이끌리다

눈앞의 길이 캄캄해졌다.

어두워진 길을 걸어가다

바다의 잿빛 내음이 났다.

 

비릿한 내음을 따라 나섰다.

매일 쉼 없이 걸어가다

파란색 바다에 다다랐다.

눈이 부신 땅 끝 바다에다

머리와 가슴을 던져 넣었다.

 

파란색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울지 않기 위해서 웃다

눈물이 말라버려 더 웃었다.

그 모습이 생소해서 웃다

웃는 모습이 반가워 또 웃었다.

 

눅눅하게 생각이 깊어지는 머리와

축축하게 감정이 살아나는 가슴이

반가워서

 

나의 삶에

나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파도의 바다

 

검게 상해버린

상처의 파편들

 

상처 파편의 볼기짝을

몇 번이고 들이치는

거센 파도

 

상처가 상처로

삭아지는 순간

 

상처에 상처를

더하는 순간

 

파도의 소리가

마음에 드는 건

더 큰 슬픔

 

커지는 슬픔에

위로가 되는 건

 

옅은 해무(海霧)

짙은 아름다움



사적인 망각(忘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세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망각(忘却)한다.

 

()이 가지는

힘의 크기가

결코 작지 않음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 밖에 내어진

()에는

무게조차 없음을

나는 망각(忘却)한다.

 

손에 든 칼보다

손에 쥐어진 펜이

더 무서울 수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손 안에서 탄생한

많은 글들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나는 망각(忘却)한다.

 

아주 사적이지만

전혀 사소하지 않은

잊혀짐

 

아주 은밀하지만

전혀 조용하지 않은

망각(忘却)의 상태



여행자의 여유

 

밍밍한 의욕

쌉싸름한 그리움

짭짜래한 외로움

달짝지근한 기쁨

완전 달콤한 여유

 

연두빛 자전거의

나무색 안장에 얹혀진

달콤 쌉싸름한 감정들은

오늘도 나를 유혹한다.

 

멋진 바다풍경을 가진

예쁜 카페에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지닌

음악이 흐르고

나는 맛있는 즐거움을

주문한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고소한 소리를 따라

짙은 커피향기는

길을 걷는 여행자의

땀 맺힌 기쁨과

어울린다.

 

청춘들은 사랑을 낚고

아이들은 웃음을 첨벙이고

친구들은 자신만의 꿈을 줍는다.

 

옆에 놓아둔 나의 책은

페이지가 전혀 넘어가지 않고

앞에 놓아둔 나의 노트는

빈 여백 그대로 방치된다.


이름 : 권영아(010-9357-5436)


Articles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