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창작콘테스트 공모전 시 부문 - 여름 첫 눈 외 4편

by 한율 posted Aug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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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첫 눈

 

여름에도 가끔 차가운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나무에 숨어 지내며 귀를 때리도록 우는 매미마저

이 무더위에 조금은 쉴 수 있도록

 

겨울에는 가끔 뜨끈한 열대야가 왔으면 좋겠다.

밤새 눈싸움 하고 놀고픈 나의 아이가

털 많은 장갑 귀찮아하지 않도록

 

여름, 겨울이 지나 다시 돌아올 화사한 봄에는

작년 가을에 은행 떨어지는 사라진 그대가

여의도 공원 앞 4월의 벚꽃처럼 다시 피었으면 좋겠다.

 

무참히 밟혀 고약한 내음을 풍기는 널부러진 은행처럼

그대는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 수 있겠지만

후후~ 후후~ 

작은 가방에 떨어진 은행을 담아 줍는 그 재미처럼

그대를 다시 안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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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능이 백일 남았다고

신문과 뉴스와 엄마가 불같이 난리를 피울 땐

 

몰라보게 커 버린 내가

몰라보게 작아져 버린 교복을 다시 입고 싶을 땐

 

그대를 마음껏 사랑하다가

예정에 없던 권태기가 올 것 같을 땐

 

눈물 콧물 쏙 뺀 이별이 싫어

애처럼 사랑하던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땐

 


높은음자리표

 

휑하니 텅 빈 다섯줄 감옥에 하늘을 그렸다.

높은음자리표는 말 없이 내 손을 기다렸고

작은 연필이 허락도 없이 내 이야기를 적었다.


손가락만을 기다리던 멍청한 통기타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석고상을 지긋이 문질렀고,

어느새 젊고 젊은 입술이 내 노래를 불렀다.


하얀 눈물은 목적지를 잃은 채

뱅뱅 돌려 그린 높은음자리표처럼

노래에 취해 한없이 아래로 뜨겁게 흘렀다.



자작곡처럼

 

기척 없이 찾아온 선녀와 나무꾼의 사랑처럼

그렇게 너는 내게 한 사람이 되었다.

 

말해보고 싶었다.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아니 그냥 예쁘다만이라도.

 

점점 더 간절해지고 있었지만,

죄수를 묶은 수갑처럼

멀쩡한 입은 좀처럼 열리질 않았다.

 

내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자근자근 조용히 편지를 썼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다가

휘파람 불 듯 조심스럽게 흥얼거렸다.


이리저리 뚝딱뚝딱 손을 보고

한 번 더 스윽, 닦아내고 보니


신기하게도, 묘하게도

그렇게 너는 내게

한 곡의 근사한 노래가 되었다.


청년주 靑年酒

 

내 청춘을 누가 막걸리

내 열정을 누가 막걸리

내 마음을 어찌 막걸리

내 인생을 어찌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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