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산책길
나에게는 꿈만 같은 그 사람
눈 속 깊이 아득하게 그려보는 그 얼굴
허공에 깍지를 껴보며 걷는 산책길
몽중속의 아련함이 맴돌아
꿈속이 이어지듯 일상을 살아내던 어느 날
그대가 서 있었다.
깨지 않는 꿈이기를 꿈꿔보며
잠시 눈을 감고 혜풍속에 스며들었다.
겨울잠
붉은 열매를 따러
떨어진 잎사귀를 따라 걷는다.
숨을 크게 쉬고 내뱉으니
연회색의 안개가 눈을 가렸다.
꽉 쥔 두 손에 끈적한 비가 내렸다.
눈으로 흘려보내주었다.
밤을 입은 나무가 몸을 떤다.
하얀 이불을 덮어주었다.
화사한 베개를 베고
조금 긴 잠을 자야겠다
황혼의 나무
햇살이 산 너머 아침을 비출 때
잎사귀가 고개를 떨구며
밤새 고인 이슬을 흘려보냅니다.
쌀쌀한 바람이 흥얼거리는
구슬픈 노래 가사는
주변을 맴돌며 떠나질 않습니다.
이제 시들어진 잎과
거칠어진 껍질만이 남았고,
둥치에는 그 어느 하나 기대지 않네요
홀로 멍하니 낙엽이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햇살을 흘려보내며
나이테 한 줄을 더 긋습니다.
황혼을 맞은 들녘에서
고즈넉한 밤을 맞으며
다시금 황홀했던 꿈을 꿔봅니다.
봉제인형
거실 한복판에 있는 인형에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네가 '나를 좋아해 줄까'라는 생각 한 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마음보다
내게 '현실적인 조건일까'라는 생각 한 땀,
내가 주고자 하는 마음보다
당신에게 '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 한 땀,
내가 즐기려는 마음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한 땀,
마음보다
생각 한 땀,
상처받지 말라고
마음 위에 덧댄 생각이
봉제선을 뚜렷하게 남겼다.
어느새 커진 봉제인형을 집어 들어
아무 곳에 널브러지지 않게 진열장에 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