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보며름,가을,겨울 외 4편>

by 시즐링 posted Aug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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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름, 가을, 겨울

 

 

봄이왔

다갔다

두물머리서

남한 강이북한 강인지

북 한강이남 한강인지

모르게 섞인 것처럼,

여름과 봄이

 

닮아져버렸다

 

 

지하철-날 미치게 하는 것들

 

 

오전 9시 반

7호선 3-2번 칸

오른편 남자의 땀냄새와

옆구리를 파고드는 웬 할머니의 뒷통수와

출근길 사람들을 헤집고

속사포로 복음을 전하는 아줌마와

숨을 참게 만드는 자일리톨 냄새와

내 등에 코를 푸는 여자

 

내가 가장 사악해지는 시간

 

 

돌덩이

 

 

희뿌연 수조 안에

앉은뱅이

돌덩이 하나

남았다

 

흐르는 냇물 대신

두꺼운 먼지 한 겹

쨍-한 여름 뙤약볕 대신

깜빡이는 백색 등

 

죽어가는 돌덩이

그 위를 덮어줄 이끼 한 줌

없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두 미치광이가 있어

뽀글머리 미치광이 하나

대머리 미치광이 하나

 

뽀글머리 미치광이는

그의 머리카락이 뽀글뽀글

그의 턱수염이 뽀글뽀글

그의 손가락 털이 뽀글뽀글 자랄 때까지

자기 방광에 털이 뽀글뽀글 자라는 걸 몰랐지

마침내 방광의 털이 자라 오줌을 먹고 돌덩이가 되었지

방광이 무거워 기어 다니는 그에게 누가 말했어

 

바다를 본 적 있니?

 

대머리 미치광이는

그의 정수리가 민둥민둥

그의 귀 속이 민둥민둥

그의 배렛나루가 민둥민둥 해 질 때까지

자기 뇌에 민둥민둥 매끈매끈한 구슬들이 생기는 걸 몰랐어

마침내 구슬들이 뇌 대신 비좁은 머리통을 꽉 채우게 됐지

머리가 무거워 물구나무를 서게 된 그가 누구에게 말했어

 

바다를 본 적 있니?

 

뽀글머리 미치광이와

대머리 미치광이는

바다를 보러 떠났지

방광이 찢어지고

머리통이 터지는 날에

바닷가에 앉아 있기 위하여

 

왜냐구?

천국에서 이야깃거리는 하나니까

 

 

시계

 

시계

너는 사기꾼이다

시계

너는 도둑놈이다

시계

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시계

너는 네가 시간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계

너는 나의 시간을 앗아갔다

그래서 시계

널 부숴버릴 거야

 

그럼 멈춰주겠니?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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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hotarusligh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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