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창작콘테스트_시 부문

by 손톱바다 posted Apr 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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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손목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왜 손목을 사랑할까

아니 손목을 사랑하지 않을까

왜 손목을 바라볼까

만만해서가 아니야

쉬워서도 아니야

그저 나라는 것 때문인데 말이야

 

손목은

손의 목이어서 그래

손은 내 얼굴이고

나는 손의 주름들을 바라봐

인사하는 가락들을 바라봐

그리고 움켜쥐는 모든 것들을 바라봐

참 다 그렇지

   

조약돌

 

글들이 아름다워서 나는 놀라고

이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는 누구일까 생각하고

언제나처럼 중지 손가락 손톱을 잘근 씹다가

아얏 피가 나면

나를 향한 한심과 증오 어린 침을 삼키며

가련한 하얀 손톱 파도 물살과

그리고 나를 생각한다

씨발 왜 이렇게 엿같지

사는 게 왜 이렇게 엿같을까 우리

나는 왜 나이고

너는 왜 너이며

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까

나는 그래 존나 나약해

비겁하고 철없어

근데 그래서 뭐?

부질없는 의미 없는 말들의 종착역은 대체 어디인데

나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건데

울부짖는 나의 조약돌들이 튕긴다



돌기

 

이 찌꺼기 같은 너희들아

내가 참 사랑한 그것들아

우리는 우리밖에 없다는 거,

그거 알아?

 

근데 우리는 우리끼리 꽉 안아주자.

아주 꽈악 안아주자

단단해질 때까지

 

다른 눈동자가 그리도 중요해?

다른 비웃음이 그리도 아파?

야 야

너 내가 있잖아

나 좀 봐줘.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다는 거

그거 달콤하지 않아?

알알이 박힌 사탕 같은 우리들이

함께라는 거

네가 계속 까먹으니까

그럼 내가 계속 알려줄게

계속 계속

언제까지고



나들이


나는 바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줄 줄 알았어.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귀를 자꾸 스치길래

나한테만 할 얘기가 있나 보다 했어.

근데 얘 뭐냐.

막상 얼굴 보려고 찾아왔더니 나를 그냥 쌩 지나가버리네.

, 사람 민망하게.

나도 자존심이 있지

너 보러 온 거 아니다, 하려다가

그냥 샐쭉해서 말했어.

너 보러 온 거 맞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

나를 간질이는,

네가 좋아서, 궁금해서 와 봤어.

풀잎이랑 꽃들은, 나무가지들은 맨날 너랑 놀길래.

자기들끼리만 재밌는 얘기하다가 또 배를 거꾸로 잡으며 하하하하

뒤흔들어지게 웃길래

나도 끼워달래려고 나왔어.

나도 놀아주라. 우리 같이 놀자.

 

 

봄꽃

 

꽃에게

너 정말, 아름다워

눈물 흘려도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든지 말든지

너는 그저 아름다울 것이다.

너는

나를 위해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나도

너를 위해 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존재함으로써

서로에게 발신인이 없는 선물을 받으며

우리는 연결된다

그냥 그런 것이다



신혜인

hilukcy12@naver.com

010-996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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