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김환진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다.
근데 눈물아, 너는 왜 마음대로 흐르니
닦으면 또 다시 내려오고
닦으면 또 다시 내려오고
널 막기 위해서 괜스레 흐려진 하늘을 바라본다.
잠시 눈에 고여있거라, 눈물이여
다시 누군가를 위해 뜨겁게 흐를 때까지는
그 날이 온다면, 다시 흘러내려
내 마음의 상처를 달래다오
스탠드/김환진
스탠드야, 너를 밝히는 것은
내 마음도 함께 밝히는 것이다.
그 조명 아래 움직이는 몽땅연필이
내 마음을 써내려간 후에,
뚝 하고 부러질 때쯤이면
너도 다시 함께 깊은 수면에 빠져든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내 마음을 밝혀다오.
왁스/김환진
찰랑이는 머리결을 수건으로 비벼댄다.
젖은 수건을 다시 걸어놓은 뒤에
윙 이라는 소리와 함께 한번 더
머리결을 말려본다.
그 옆에 놓인 동그란 왁스,
뚜껑을 오른 쪽으로 돌려본다.
손가락에 살짝 묻히자
왁스가 내게 물어본다.
'오늘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니?'
5초 후에 나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대답을 한다.
환승/김환진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환승입니다.
총 세번의 환승 메시지가 울려야만
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첫 번째 메시지의 설렘,
두 번째 메시지의 설렘,
세 번째 메시지의 설렘,
마지막으로 그대를 만난 내 설렘
드럼/김환진
드럼은 오늘도 신나게 두드려 맞는다.
영문도 모른 채, 몇 시간을 회초리로 맞는다.
드럼은 아프다고 계속 소리를 내지만
그럴수록 더욱 쎄게 두드려 맞는다.
드럼은 사실 알고 있는 거다.
자신의 아픔이 더할수록
그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