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작품
동네 어귀로
하얀 도화지가 들어선다
도화지 속 유년이 따라 들어온다
유년이 자란만큼 동네는 작아지고
작아진 동네를 도화지가 담는다
도화지에 채색이 되고
덜 고운 빛깔로 꽃몽우리 맺는다
꽃이 활짝 필 때까지
하얀 도화지에 채색이 이어진다
어둠
칠흑 공포가 사방을 가리고
내 몸을 삼킨다
흐릿한 통로 끝에
넓은 광장이 나온다
공원이다
햇살과 바람이 한데 어울리고 새소리에 간지럼 타는 나뭇잎
평화롭다
어둠은, 더 밝은 공간을
내어 주기 위한 준비
공원 구석구석을 걷는 사람처럼
나는 준비 중이다
비가 오는 이유
환히 웃는 해를 보며 너는 말한다
너의 웃음은 너무 환해 앞을 볼 수 없다고
너의 웃음은 없느니만 못하다고
이불로 얼굴을 덮고 눈만 내민 해에게 너는 말한다
늦었다고, 이제는 그 눈조차 나를 불편하게 한다고
이불로 모든 걸 가린 해에게 너는 말한다
더 이상 웃지 말라고
너의 웃음은 모든 사람에게 불편을 준다고
해는 비로소 울음을 터뜨린다
너와 같기에
항상 고민 하나 없이 웃고 다니는 나이지만
너에게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나도 너와 같기에
내게 닥친 상황에 좌절하고
목 놓아 울고 싶을만큼 힘들어 하곤 해
항상 속 편하게 뛰어 다니는 나이지만
너에게는 그렇게 보이겠지만
나도 너와 같기에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그 사람에게 실망하기도 해
언제나와 같이 활기찬 나이고 싶지만
매일매일 웃으면서 살고 싶지만
무얼 해도 너무너무 힘들어서
하루하루가 지옥이라서
이제, 그만 하고 싶다
모두 포기하고 싶다
안경
문득 잠에서 깨어난 날
흐릿한 내 눈 속으로 엄마가 들어온다
우두커니 거실에 홀로 앉아있는 엄마
엄마를 자세히 보기 위해 안경을 낀 나는
슬그머니 안경을 벗었다
선명한 내눈으로 들어온 엄마의 눈물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
그저 안경만 벗었다
응모자 성명 : 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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