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공모전 '고향' 외4편

by 영생 posted Oct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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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담쟁이넝쿨이 오르다만 낡은 담 너머로

그리움과 추억의 향기가 납니다

어디선가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최면에 빠져듭니다

 

눈을 뜨면

발가락 사이로 물이 흐르고

돌은 물이 들어올 때마다

재잘거립니다

 

비린내가 난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이 냄새가

그리움의 향기입니다

내가 잊고 살았던

뒤돌아보려다 지나친

소외된 기억의 일부입니다

저는 지금 그 기억을 따라갑니다

 

낙조

맑은 물이 드나들며
자갈 사이사이 쑤셔대고
내 발길질에 입을 다무는 조개들

앞으로 걸어가면 자갈이 이를 갈고
자갈이 이를 갈면 파도가 쑤셔대고
서로가 서로에 의지하며
톱니바퀴처럼 서로가 맞물려
소리에 소리를 이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든다

그렇게 하나의 무대 속에서
끊임없이 울어대는 갈매기
그리워서 우는 건지
슬퍼서 우는 건지
아쉬워서 우는 건지 알 순 없지만
매일 찾아오는 저녁 바다엔
푸른 바다 위로 붉은 갈매기의 눈물이 떨어진다
그 마음이 바다에도 닿았는지
푸른 바다도 어느새 붉게 물들며 흐느끼고 있다

 

병실



어둑하니 세 평 남짓한 방안
지루함에 밖을 보고
외로움에 바람에게 말을 건다

밖에서 들려오는 역동적인 소리에
하나의 생명을 느끼고
밖에서 들어오는 한줄기 햇빛에
한 가닥의 희망을 느껴본다

멀리서 다가오는 차소리에
점점 움추리고 느껴지는 억압감
멀리 달아나는 차소리에
점점 흐느끼고 느껴지는 소외감

어느 것도 나에겐 반갑지 않은 이 방 안에서
나는 오늘도 매일 고삐 묶인 염소 마냥
허공에 울어댈 뿐이다

 

종



하염없이 불러본다
불러도 대답 없고
두드려 보아도 변함없는
너의 앞에서 난 한없이 작아진다

붉게 물든 핏 눈물이 종에 서려있구나
지워주려 애써도 지워지지 않는
감싸주려 애워싸도 애워 쌀 수 없는

넓은 들판 위에 홀로 서서
거친 바람과 눈이 너를
애워싸더라도
너의 자리를 지켜왔구나

너의 앞에 서서
무릎 꿇고 너를 두드려본다
"에밀레... 에밀레...."
그 종소리를 쓰다듬어본다

 

밥상



그대여, 설레는 맘으로 내 맘 한상 차려놓았습니다
다양 다색의 나물에
그대의 향기를 머금은 듯한 화전
오랜 추억이 담긴 구수한 국
순수한 흰쌀밥

그댈 생각하며
한 땀 한 땀 정성껏
그대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소박하게나마 준비해보았습니다

그대 한 입 크게 머금고
웃음 지을 모습이
행복으로 가꾸어갈
우리의 나날이
눈앞에 선하지 않습니까
그대가 굶주린 나날을 제가 얼마든 채워드리겠습니다

굳이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그대가 체하지 않도록 천천히
그대만을 위한 내 맘이니
누구도 가져갈 수도 버릴 수도 벗습니다

그대여...
내 맘이 식기 전에 한술이라도 떠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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