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태어난
한 겨울에 태어난 나의 사랑
당신을 만나 흰 눈이 내렸다
어느새 늙어버린 날들,
나는 그 계절이 한참 지나고도 오래 앓았다
그게 내 사명인 것처럼 속절없이 그랬다
당신이 희게 쌓였다
치우는 일이 버거워 그냥 두었다
한치 앞에 봄이 있었으나
나는 일순 그 순환이 공허히 느껴졌다
머무르면 죽진 않겠지
그냥 그렇게 믿고싶었다
입김이 피어오른다
숨이 차올라 오늘은 그만 걷기로 한다
너는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다
딱정이
오래 함께 해온 사람이 오늘 떠났다
당신은 있었다고도 했고 머물렀다고도 했다
나는 존재했다고 했다
상처에 앉은 딱정이가 간지러웠다
이내 손톱으로 톡톡 뜯어낸 부분에
희고 붉은 새살이 보였다
당신이 헐어있다
나는 오래 존재한 자리를 쉽사리 뜯어내지 못하고
망설인다
당신이 오늘 떠났다
이리 저리 긁으며
나는 티가 나게 울었다
당신 그림자 위로
밤이 아주 천천히 지나갔다
익사
당신은 흘러가며 나를 사랑했으나
나는 순식간에 휩쓸려 영영 바다가 되었다
당신이 보고 싶을 때마다 파도를 쳤지만
아무리 부서져도 흩어지진 않았다
차갑고 무거운 나의 사랑, 끝없이 내게 쏟아지고
오늘도 온통 당신께 익사한다
또나만
문득 당신이 너무 미워서
내가 어쩌면 당신을 울릴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
당신이 이만큼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당신을 울릴 수 있겠지
또한 당신을 달랠수도 있겠지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또 내가 울고만다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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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겁다가 가볍다
붕 떴다가 축 가라앉았다가
휩쓸려가다가 멈춰선다
네 앞이였다
네가 빙글 웃으니 내 몸도 빙그르르
돌아갔다
너를 본다
나는 너를 보기 위해서
그 많은 시간을 견뎠나보다
그럼 됐다
이제 얼마고 내가 울게 된대도
나는 그저 괴로움으로,
너로서
순간을 얼마고 사랑하게 되겠다
그럼 됐다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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