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by 월봉 posted Apr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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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너머의 그림자

돌 위에 서 내려다본 티 없이 맑은 바다
물에 잠겨 모래바닥에 몸을 뉜 나의 그림자
일렁이는 물에 맞춰 이리 저리 뒤틀리는 형체
눈을 감고 뒤돌아서다 문득 든 생각
다시 바라본 일렁거리는 나의 그림자
아니, 일렁이는 물 너머의 그림자
조용히 눈을 감고 다시 뒤돌아선 가벼운 발걸음

고뇌스런 나무

짧아진 갈대로 가득한 푸른 초원
그 한 가운데 서있는 나무 한 그루
누군가가 그리워, 누군가가 미워, 누군가가 부러워
하늘을 향해 수천의 손을 뻗었네
잃어버린 갈대가 그리워서?
자신을 홀로 남겨둔 이가 미워서?
별을 가진 이가 부러워서?
아니면 홀로 마주한 영광이 괴로워서?

내가 당신의 손을 잡으려는 이유는

당신의 손은 참 예쁘고 편안해
잡아본 적은 없지만 당신의 손을 보면 알 수 있어
항상 차갑게 나와있었거든
주머니에 들어갈 생각을 도통 안 했어
지금 쯤이면 들어가겠지 들어가겠지 했는데
기어코 밖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어
보는 내가 정신이 사나워서
당신의 손을 잡아 내 주머니에 넣어주고 싶었어
하지만 사람들은 늘 자기손을 쉽게 내어주지 않지
당신도 그랬어
특히 당신의 손을 잡으려는 이들이 너무 많았지
그래서 그렇게 손을 바삐 움직인걸까?
넣기도 잡히기도 싫으니까?
그래 이해해
어떤 이는 자신의 빛나는 훈장을 위해 당신의 손을 잡으려하겠지
어떤 이는 자신의 달콤한 술이되어줄 당신의 손을 잡으려하겠지
어떤 이는 자신의 뜨거운 은하를 수놓을 당신의 손을 잡으려하겠지
다르다는 말은 안해 나도 그들과 비슷해
하지만 내 욕망은 훈장보다도 빛나고 술보다 달콤하며 은하보다 뜨거워
자,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했어
내 손을 잡아줄래?

공포

공포를 느꼈다
시를 위해 마신 지혜의 샘물
그 샘물을 마신 나는 멋들어진 시 한 편을 완성하고
식어버린 샘물을 뽑아버리려했다
그러다 문득 후회의 질병을 잉태한 마귀가 꿈틀거렸다
나는 질병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알았기에
거울을 보며 놈의 뺨을 때리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놈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챈 순간 내 눈앞의 거울은 창이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가장 추억한 무언가를 보았다
몇 해 되지않은 삶에서 그 추악한 괴물을 보았을 때 나는 증오보다도
공포스러웠다
공포. 가장 공포스러운 그것. 아직 내 안에 있다
그게 가장 공포스럽다

2월 협재

거의 반년 만에 다시 이 검은돌을 밟고 섯다
반년 전, 물에 잠기러 왔을 때 보지 못한
또렷해진 바닷내음과 너울소리
견딜만하게 차지만 거센 너울의 부채질
누군가의 바램으로 쌓아올린 검은돌 신전의 고요
흐린 구름에서 떨어져 나온 맑은 눈싸라기의 차가움
추억을 남기려는 친구놈들의 재잘까지
그저 물에 잠기지 않았을 뿐인데
아니, 잠기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이 보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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