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서민재-
배가 고프다.
평소엔 눈에 두지 않았던 것이 뜨끔뜨끔 생각이 난다.
배가 고프다.
모든 행복 다음엔 바라지도 않던 욕구도 이왕이면 채우고 싶다.
배가 고프다.
단순단순, 어릴 땐 몰랐던 크고 큰 이치가 드디어 보일 때가 있다.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는 것을
무엇때문에 난 아직도 먹지 못하는가.
그 속이 두려워 먹지 못하고
그 것을 만든 이가 두려워 먹지 못하고
먹은 후의 내 모습이 두려워 먹지 못하고
먹지 못하고
키가 작아지는
내 작은 꼬마야.
괴로움
-서민재-
어제보다는 항상,
좋은 하루라고 생각은 함에도 불구,
매일은 그 나름의 괴로움이 있다.
어제보다는 항상,
발전했다고 생각은 함에도 불구,
매일은 그 나름의 해야할 일이 더 빠르게 늘어간다.
괴로움이 크다보면
기본적 욕구만 채워줘도 행복이 온다.
오늘은 그랬다.
맛있는 걸 먹고, 좀 눕고, 엎드려 있으면
피로가 풀리는 날이었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인간은 간사하고 어리석다.
나는 간사하고 어리석다.
뚜렷한 소신도 없어서 곁에 있는 부목들을 모조리 끌어모으고 싶은
멍청한 인간 한 마리야.
너의 괴로움은 우주에 메아리 치지만
그 우주의 끝도 모르는
우매한 인간아.
짝사랑
-서민재-
더 사랑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조금 사랑한 잘못이다.
첫 걸음이 호기심이었기에
나의 사랑은 영원히 가짜일 것이다.
과하게 사랑한 잘못이다.
나만을 생각했기에
나의 사랑은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대를 탓한 잘못이다.
나보다 소중한 그대를 욕했기에
더이상 나의 사랑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게 될 것이다.
더 사랑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영원히 내 사랑은 반쪽짜리 사랑이어도
더 사랑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선생님
-서민재-
사람은 쉽게 변질되는데
당신은 어떤 투명한 날개를 가졌기에
지지않고 더 빛나는 것인가요.
존경하는 사람이여.
내가 쉬는 공기가 되어
하늘에서 발끝까지
내리찍는 수 많은 걸음걸음 되어
나, 당신같은 날개를 펼 수 있도록
노래해 주세요.
여고생의 일기
-서민재-
글 쓰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다.
답답한 마음은
운동장을 스무 바퀴 뛰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훅 풀려버린다.
그게 좋아서
나는 오늘 위의 일들 중 세가지나 했다.
서민재
010-2525-8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