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저편
송주희
푸른 밤 살포시 다가와
속삭이며 그리워하는 널 보니
나의 그리움은 그저 한숨에 불과할 뿐
잡히지 않는 손을 잡으려
울부짖는 너를 보니
나의 목마름은 그저 답답함에 불과할 뿐
밤새 잠 못 이루며
뜬 눈 앞세워
하나의 흔적, 하나의 체취까지
잡으려하나 잡히지 않는 너를
보고 싶다 말하면
보고 싶어질 줄 알고
그립다 말하면
그리워질 줄 알고
그렇게 세월에 기대
나는 너에게 잊히길 고대한다
꿈속
송주희
막다른 골목길 앞에
나와 너와 우리가 서서
서로를 바라보니
여기가 끝인가 싶어
눈물이 벌컥
너는 끝이다 좌절하고
바닥에 털썩
나는 후회하며
어깨를 들썩
우리는
좌절하는 너와 후회하는 나를 보며
닫혀버린 거리에 서서
그저 하염없이 슬픈 눈으로 바라 볼 뿐
그 언젠가 땀 한 방울의 기쁨에 웃던 나와 너와 우리가 생각 나
조용히 붉게 타오른 차가워진 거리에
덩그러니 서로를 더듬어 볼 뿐
한 여름날의 꿈
송주희
공허한 공간
스칠 듯
차마 닿지 못해
떨리는 마음 부여잡고
꿈을 꾼다
아스라이 피어나는 그리운 기억
내 것인지 네 것인지
소유할 수 없는
그곳에 나는
또 한 번 꿈을 꾼다
메마르지 않는 눈물샘은
나를 새겨주며
깨어날 까 두려워
미련한 마음 품에 숨기고
오늘에야 내일에야 꿈을 꾼다
그곳 어딘가에서
사라질 듯
나는 너를 꿈꾼다
단편의 기억
송주희
잊으리라
지우리라 다짐했건만
나는
너를
잊지도 지우지도 떠나보내지도 못했구나.
멈춰버린 공간 속에 갇혀
또 하나의 기억을 만들며
낡은 사진 속 너를
새하얀 도화지 위에 다시 그려 놓는다
기억의 저편
나만의 세상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
홀로 떠 있는
이름 모를 섬 하나
가엾은 소녀의 처절한 외침만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정처 없이 떠돈다.
둘 셋 넷
송주희
시작은 언제나
하나
처음은 언제나
하나
나에게 넌
하나
너에게 난
둘 셋 넷
사랑은 언제나
하나
행복은 언제나
하나
나에게 넌
하나
너에게 난
둘 셋 넷
나에게 다가오는
둘, 셋,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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