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씨
겨우내 울었던 너인걸까
아니면,
아니면 아마도 여름에 쓸려내려간 너인걸까
봄되니 부유하는 영혼
왈츠추듯 손잡으러 내게 부딛히는 너
미안스럽게도 아무런 손도 잡아줄 수가 없다
창문에 새벽 어스름이 묻었다
창문에 새벽 어스름이 묻었다
기지개 켜는 풀잎에 타는 목 축이라
이슬이 몸을 뉘이고
등산하는 일개미 지칠까봐
돌맹이 굴러 길터준다
콘크리트 벽속에 갇혀살던 날이 후회되어 나와보니
이정표 없이 홀로되어 갈데없이 흔들리는데
결국 다시 돌아간다
풀잎 되고자 일개미 되고자
밖을 쳐다본다
창문에 저녁 노을이 묻었다
나는 새벽을 산다
나는 새벽을 산다
이슬맺힌 이파리가 잠을 자는 새벽을 산다
밤새 울던 귀뚜라미 조용해진 새벽을 산다
누군가의 컴퓨터가 잠을 자는 새벽을 산다
물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한 새벽을 산다
깜빡이던 전조등 하나 갈 시간 없는 새벽을 산다
나는 새벽을 산다
먼지
네가 원하는 내가 되어주지 못해
한참이나 울었다
실은 너를 아프게 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나를 뱉어내는 너를 보며 나도 힘없이
떨어졌다
저 밑으로, 밑으로...
아지풀, 수아비
강아지풀은 친구가 있다
얼마 전에 주인이 세워둔 인간 모습을 한 나무십자가
이름은 허수아비
나이 삼개월
고민이 생겼다
이곳이 허문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기 시작했다
강아지풀은 생각했다
수아비, 수아비
외로운 들판에 친구하나 있는데
수아비, 수아비
주인은 널 세워놓고 신경도 쓰지 않누나
수아비, 수아비
너랑 나 둘다 없어지면 어쩌지
아지풀, 아지풀
같이 산으로 옮겨가련
아지풀, 아지풀
발을 한번 움직여보렴
아지풀, 아지풀
뿌리박힌 이곳에 그아무도 모르는 걱정이 산더미였다
함소영
01024975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