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별이 되고
달은 그 어느 때보다 밝다
밤의 태양은 내 한 쪽 눈을 빌려
아직 잠들지 못한 마른 꽃들에게 다정히 이야기를 건낸다
나의 다른 쪽 검은 바다에는
반짝이는 별이 촘촘히 잠들어 있다
별들이 코를 골 때마다 유성이 하나씩 선을 그린다
두 눈을 감아도 눈이 부셔
참지 못하고 빛을 담은 바닷물을 뭍으로 흘려보낸다
쏴아-쏴아
그 밑에 작게 고인 물 안에도
수천 개의 별이 담긴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
그 중 하나의 별에 별처럼 작은 내가 있다
너와 나의 거리는 행성과 행성 사이
메아리는 돌아오지 못하고
그리움은 별처럼 빛나고
이별의 여름
개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죽은 매미의 한 쪽 날개를 떼고 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매미들은 침묵으로 애도를 표한다
해는 구름에 반쯤 가려져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마침 잠자리 두 마리가 즉석에서 쇼팽을 연주하자
여름은 쫓기듯 하늘색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멀어져 갔다
어느새 매미는 양 쪽 날개를 잃고
막이 닫히는 하늘의 마지막 빛을 쬐고 있다
어둠이 찬바람을 몰고 오자
멈춰 있던 손목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빗방울 연주회
1
질식할 듯 답답한 공기
한바탕 울 준비를 하는 하늘
가방에 든 우산의 낯선 묵직함
조금 이른 시간 관광객이나 올듯한 폐광 같은 통닭집에 들어섰다
갓 튀긴 닭과 술보다 반가운 사이다를 앞에 두고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내뱉은 말들은 운석이 되어 우주를 떠돌다가
블랙홀 속으로 서서히 침잠한다
언젠가 다시 그 운석이 우리별에 닿을 날이 올까
마침내
지휘자의 거친 손짓과 함께
동전처럼 쏟아지는 하늘의 음표들
오직 나만을 위해
연주되는 불규칙의 연탄곡
입안의 사이다는 부드러운 와인이 되어
붉은 치마를 넘실대며 춤을 춘다
2
연주회가 그치면서 우리 얘기도 그치고
가게 밖으로 나와 청명한 氣와
껴안고 입맞춤 하다가
눈앞에 바로 눈앞에 있던
흐릿한 배경이 송곳처럼 눈에 파고들었다
비에 젖은 생선장수가
파랗게 질린 손으로
구겨진 천막을 접고 있다
오늘은 월요장이 서는 날이었다
미처 팔리지 못한 채 썩어가는 생선과 마주친 시선
녀석은 아무것도 비추고 있지 않았다
어느 오후
한 자 한 자
하늘에서 글자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너에게 못 다한 내 말처럼
문장은 단어로 쪼개져
거칠게 낙하하고
끝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이 가득 고였다
이 요란하고 답답한 침묵 속에서
너를 애타게 부르며 찾으러 가고 싶지만
정작 나는 벙어리가 되어
창가에 기댄 너에게 모스부호만
질기게 보내고 있다
똑....똑....
똑....!
나는 모른다
알고 있지만
낙엽이 지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을이 가는 줄은 모른다
알고 있지만
네 발자국이 옅어져 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손 한번 흔들 줄을 모른다
어디선가 네가
거북등처럼 갈라진 손을
마주 비볐다가
젖은 입김을 한 움큼 뱉을지라도
나는 알고 있지만 모른척
겨울 바람이 모진척
눈을 감아버린다
이름: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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