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차 창착콘테스트 시 부분 응모작 - 인연의 트라우마 외 4편

by 전형률 posted Dec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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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트라우마

그대가 스쳐가는건
내 마음 한 켠 상처로 남았고,
그대가 스쳐가는게
너무도 아려 울음을 터트렸다.

스쳐간 상처에 눈물이 닿아
상처는 더더욱 아려왔고,
아픔에 점점 더 두려움은 커져가
아직도 그녀의 얼룩을 씻어내질 못한다.





그대의 침묵

잘 지냈냔 그대의 한마디에
슬픔으로 잔잔하던 내 마음이
무수한 감정의 파도에 일렁이기에
그대는 말을 아끼셨으면...

이어진 그대의 침묵에
나는 겨우 고요해졌으나
이어질 그대의 소란에
나는 다시 요란칠 것이기에
그대는 말을 아끼셨으면...

찰나의 소란에 들끓어 타버린 날 되살리기 위해
또, 수많은 날들을 파도에 휩쓸려 다녀야 할테니
눈을 막고 귀를 감으며 그 시간들을 견뎌야 할테니
그대여, 진정으로 잘 지내길 바라신다면
잘지냈냔 한 마디 말만은 아껴주십시오





한(恨)

한 편의 시,
한 뼘의 구절,
한 켠의 공백에도,
한 없이 눈이 시린,
한 겨울의 나.




그날의 풍경

잘 지냈냔 말로 너를 붙잡고 싶던 때가 있었다.
이 한마디 말은 마음에서 머리로, 또 머리에서 마음으로 가끔씩은 혀끝으로,
수백, 수천을 맴돌며 메아리치다,
결국 이 말엔 흉터가 남아 잘지내란 말로 왜곡되어서야 비로소 너에게 전해졌다.
흉터가 남은 말은 널 흉지게 했고 이내 넌 뒤돌아섰다.

이 말을 전해들은 누군가가 
왜 그리 어리석냐고,
왜 그녀를 쫓아가 돌려세우지 않았느냐고,
후회하지 않냐고,
묻노라면

왜 아니겠냐고,
그렇게 묻는게 당연하다고,
허나,

상처받은 말들이 지나간 자리는 꽃밭이 되어, 뒤돌아선 그대를 따라 피어났고,
난 그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순간 황홀함에 흠뻑젖어, 몸이 너무 무거왔다고,
마지막은 향기로 남도록 여린 그대가 애써 남긴 마지막 배려인듯해, 차마 그 마음만은 짖밟을 순 없었다고.
지금 그대가 떠오를 때 함께 피어나는 그날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이미 넘치게 행복하다고.....




목줄

사랑을 한다는 건 서로에게 끈을 묶는 일.
첫 시작은 인연의 끈을 만남을 거듭하며 약속의 끈을, 추억의 끈을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수많은 끈들을 매어두는 일.
혹여나 그 끈이 끊어질까 애달아하며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것.

사랑이 끝나는 건 서로의 끈을 끊어내는 일.
스스로 매어둔 수많은 끈들이 나를 조여와 답답함을 느낄때,
그 끈을 하나씩 잘라내는 일.
서둘러 그 끈을 끊어내기 위해
서로에게서 한발씩 한발씩 멀어지는것. 그것이 몸이건 마음이건,
한발자국씩 멀어지는 것.

서로에게서 멀어질수록 단단히 매여있던 추억이란 끈들은 이들을 조여와 아픔에 허덕이기도 하지.

그렇게 오랜 아픔의 시간을 견뎌낸 누군가
그렇게 그대와 충분히 멀어진 나
그렇게 대부분의 끈들이 잘려나간 지금
가끔 그대를 떠올릴 때 이토록 답답한 것은, 이리도 숨을 허덕이는 것은
질기디 질긴 끈 한줄을 내 목에 매어두었기 때문이지.
가장 소중한 기억이기에, 가장 소중한 부위에 매어둔,
그 목줄 때문이지.



전형률
ryul_e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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