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새가 질 때면
잠과 꿈의 기 싸움의 새벽
서쪽의 샛별그림자가 내린
마당 한켠 구석에서 숨죽이며
잎사귀 흘러내린 반라를 감상하다
추잡한 신발아래의 멍이든
나무이파리 한 잎 주어들고
잃어버린 세월들을 회상한다.
서로가 사랑하는 우리가
그렇게도 아웅다웅 거렸을까
낙엽이 된 이파리 결국 떨어지는데
서로를 좋아하는 우리가
이렇게도 시기질투 하였을까
변태한 과일은 꽃도 꽃잎도 없는데
길모퉁이에 떨어져 나 뒹구는
세월과 과거와 속세를 밟으면
시간과 낙엽의 시체더미 비명소리
어둠속의 아침 꿈속에서 놀 적에
새로운 하루는 여명에서 태어나고
자신에 기생하며 평생을 영위하는
가슴과 머리를 무척 아프게 한다.
흔적
화석의 발자욱이 아니더라도
이슬이 내리면 머물고
서리가 오면 서리발이 서고
비가 오면 빗물 고이며
흰 눈이 오는 날이면
하얀 눈 자유롭게 펑펑 쌓이면 좋겠다.
꽃의 결실이 아니더라도
봄에는 꽃 봉우리 머물고
여름이 오면 열매가 열리고
가을엔 결실을 거두어
겨울의 곡간에는 가득히
모두 다 똥의 원료였으면 좋겠다.
영웅과 호걸이 아니라도
사람이면 사람답게
인간이면 인간답게
열 달 만에 태어나
열두 간지 돌고 돌아 도
평생의 모습은 태초의 그대로가 좋겠다.
소망과 희망이 아니라도
바램이 충만해 보이고
창조의 보람을 느끼면
삶의 영위를 위하여
하루와 일 년 365일
웃고 떠들고 즐기고 했으면 좋겠다.
추위의 모습
자연의 여운 길고도긴 파장
윗도리 가난 아랫도리 빈곤
심신의 피부 움 추린 껍데기
온몸을 휘감아 도는 칼바람
얼굴 모서리 귓바퀴 때리면
주머니속곳에 숨어사는 몸뚱이
해마다 계절의 임무와 몸짓
인간과 바람과 세월의 체온
시간의 공간 맴도는 공허함
동체를 짓밟고 뛰어다니면
한숨소리 없는 입술의 화음
위 아래쪽 이빨들의 부딪힘
모든 그리움이 바꿔 환생하는
사계절의 윤회가 동요한 섭리
참새의 편지
동틀 무렵 언제나 찾아와
담장에 서성대는 참새 한 마리
두 팔을 벌려 반기려하면
재빠르게 공중에 올라
째~엑 째~엑 짹짹
간밤의 소식을 전하여준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내 곁을 맴도는 참새 한 마리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
두 발 박차고 뛰어올라
푸드득 푸득 후다닥
지나간 일들을 이야기 한다
아침과 점심 저녁에
동네에 마실 온 참새 한 마리
방앗간 옆 송아지 엄마를 찾으면
모이 쫒다 얼른 날아올라
갸웃 갸웃 머얼뚱 멀~뚱
황소 뿔에 앉아 술래가 된 다
홀로 쓴 글
일초 일분 무엇인가 쓴 다
순간의 생각을 열병 세워놓고
시 수필 소설이라고 우기면서
이 시간에도 문학이라고 쓴 다
문맥 문장 문자의 무식쟁이가
쓰고서 적어보고 지우고
그림으로 그려 확인하고
오늘도 내일도 다음날에도
다음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검고 파란색잉크의 만 연필을 모셔와
상용과 형용문자가
졸필하고 만습하고
필체가 비틀거리며
모두 칠하고 분출하고 없어져도 쓴 다
자연과 생명 꿈의 모습
발의 희망 손의 마음이 가는 데로
하나면 하나 파지의 귀퉁이에
둘이면 둘 보잘것없는 종이에
두서도 없고 어지러운 이야기
이리저리 찾아서 끼우고 맞춰
글자들 퍼즐 재미에 푹 빠져 산 다
書屋 / 김 평 배 / Kim Pyeo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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