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 문이 한번쯤은 열리지 않을까
누군가가 나를 찾으러 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문을 바라보며 나를 가둔다
저 문은 마치 내가 절대 열 수 없는 문인것처럼
저 문이 열렸을 때
왜 이제야 왔냐며 그리움을 토해낼까
아니면 너와 함께 들어온 현실에 겁을 먹고
열렸던 문을 다시 굳게 잠글까 생각하며
저 문은 마치 내가 절대 열 수 없는 문인것처럼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무
너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지만
너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우둔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줄테니
내 곁에서 마음껏 소리 내어 보기를
나의 두 팔로
너를 숨기고 꼭 안아줄테니
너와 나 사이의 빈틈은
따뜻한 햇살이 채워줄테니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기 이 자리에서 기다릴테니
찾아와
마음껏 숨시기를
나는
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냐며
왜 말을 하지 않았냐며 속상해하는 너를 보며
나는 또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미안하다 답한다
너에게 손을 내밀며 잡아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너의 눈에 보일 내 손이 부끄러워서
상처투성이인 흉한 모습에 너가 떠나갈까 무서워서
혼자가 된 지금에서야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읊조린다
나는 너를 믿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에게 비칠 내가 두려운 것임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또 다시 말을 아끼는
내 자신이 나도 답답함을
꿈속에서라도 너에게 말하고 싶다
울어도 돼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지마
괜찮다는 말로 너를 속이지마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해도 돼
잔뜩 굳어있던 몸을 늘어뜨리고
누군가의 품에서 눈 감아도 좋아
자신을 다그치지마
그저 생각할 시간을, 마음을 보듬을 시간을 줘
살아있는 모든 것에 손길이 필요한 것처럼
너에게도 따뜻한 손길이 필요해
그러니까 울어도 돼
지렁이
비가 온 다음날이면
죽어있는 지렁이들을 볼 수 있다
집에 물이 차
빠져나왔을 이들
근데 왜
집 근처에 숨어있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위험한 거리로 나오는 걸까?
그들은 도대체 무엇에 이끌려
세찬 비를 뚫고 가는 걸까
성명 :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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