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작 - 문 외 4편

by 나무 posted Jan 14,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저 문이  한번쯤은 열리지 않을까

누군가가 나를 찾으러 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염없이 문을 바라보며 나를 가둔다


저 문은 마치 내가 절대 열 수 없는 문인것처럼


저 문이 열렸을 때

왜 이제야 왔냐며 그리움을 토해낼까

아니면 너와 함께 들어온 현실에 겁을 먹고

열렸던 문을 다시 굳게 잠글까 생각하며


저 문은 마치 내가 절대 열 수 없는 문인것처럼

손잡이를 잡고 돌리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무


너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지만


너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우둔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줄테니


내 곁에서 마음껏 소리 내어 보기를


나의 두 팔로

너를 숨기고 꼭 안아줄테니


너와 나 사이의 빈틈은

따뜻한 햇살이 채워줄테니


변함없는 모습으로

여기 이 자리에서 기다릴테니


찾아와

마음껏 숨시기를





나는


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냐며

왜 말을 하지 않았냐며 속상해하는 너를 보며

나는 또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미안하다 답한다


너에게 손을 내밀며 잡아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너의 눈에 보일 내 손이 부끄러워서

상처투성이인 흉한 모습에 너가 떠나갈까 무서워서

혼자가 된 지금에서야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읊조린다


나는 너를 믿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에게 비칠 내가 두려운 것임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또 다시 말을 아끼는

내 자신이 나도 답답함을

꿈속에서라도 너에게 말하고 싶다




울어도 돼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지마

괜찮다는 말로 너를 속이지마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해도 돼

잔뜩 굳어있던 몸을 늘어뜨리고

누군가의 품에서 눈 감아도 좋아


자신을 다그치지마

그저 생각할 시간을, 마음을 보듬을 시간을 줘

살아있는 모든 것에 손길이 필요한 것처럼

너에게도 따뜻한 손길이 필요해


그러니까 울어도 돼




지렁이


비가 온 다음날이면

죽어있는 지렁이들을 볼 수 있다


집에 물이 차

빠져나왔을 이들


근데 왜

집 근처에 숨어있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위험한 거리로 나오는 걸까?


그들은 도대체 무엇에 이끌려

세찬 비를 뚫고 가는 걸까





성명 : 이수연

이메일주소 : skckwl@naver.com

HP : 010-5585-6509


Articles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