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작 - 우산 외 4편

by 대뷰자 posted Jan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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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어제 저녁에는 비가 내렸다.
다음날 나는

내 마음에 이슬이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네 마음에도 이슬이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비 내린 다음 날이면

모두의 마음에 이슬이 맺혔지만


그 누구도 우산을 쓰지 않았다




소설을 쓰자



소설을 쓰자

교묘한 거짓말은 독약처럼 혀 뒤에 감추고

사실을 쓰자.

가면을 쓰고 진실을 말하자

그러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하자.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는 하나의 소설.

삶도 하나의 역설.

진실이 아닐 것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면

그제서야 교묘하게 (일그러진) 진실을 말하자

누구나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진실을 말하자

삶도 하나의 거짓된 꿈,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사실 상관없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

그것은 네가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

살아가고 싶어서

삶을 속이는 속임수

잘 생각해봐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연극무대 같은 삶의 무대, 그곳에서

가면을 쓰고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

이야기는 항상 쓰고 있거나, 읽고 있어야만 하네

이야기 속에 들어가버린다면

쓰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일 뿐

그래서 여태까지 이 시는

무엇을 말하고 싶냐고 물으면

다 농담이었다고 말해

삶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기 위해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부터가

하나의 작은 농담인 것처럼




바라본다는 것



내가



무수히 많은 별들 가운데서

그 별 하나를 바라볼 때

별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나를 찾아내어 바라보았다.



너와 내가 만나

서로를 바라볼 때



내가 너를 바라보는 것은 그런 것이다.




파리의 우울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시집 파리의 우울을 읽고 나서


새벽은 고요하고

파리는 우울하다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낮은 태양은 그림자를 늘인다

그가 비웃던 것들이 그를 비웃고

도시 한 가운데 현기증을 느끼는

그가 서있다

더러운 것들은 더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것들은 감동적인

도시의 삶은 그렇게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추상일 뿐

달콤한 약속과 말로하는 맹세들로는

그를 세밀하게 감동시키지 못하리

파리의 우울함과

노래하는 보들레르의 허무를



사랑인가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문득, 너의 얼굴 알아보고 손 흔들 수 있다면

사랑인가,


한낮의 시끄러운 소음들 속에서

문득, 너의 목소리만 골라낼 수 있다면

사랑인가,


머리를 스치는 수많은 기억 중에서

문득, 너와 함께했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면

사랑인가,


그러다 너와 헤어졌던 거리

그 거리에 나도 모르게 서 있다면

사랑일까,


혹은,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보다

이제 만나지 못하는 너를 더 그리워한다면

사랑인가,


혹은, 사랑의 그림자인가.





응모자 성명:김영준

이메일 주소: zpakaz@naver.com

HP연락처: 010-3016-7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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