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고백
당신은 시를 쓴다 하셨죠
머릿속에 부유하는 문장들을
떠올리기만 해놓고
시를 쓴다 하셨죠
널브러진 몸뚱아리
펜 들 힘 하나 없어
눈만 꿈뻑이며
언뜻 스쳐지나간 시 구절을 붙잡고
시를 썼다 하셨죠
텅 빈 시집
책장 사이에선 짙은 우울의 냄새가 났고
어디 하나 채워지지 않은 시집
그럼에도 당신은
당신을 시인이라 칭하셨죠
한 해, 한 생
시든 줄도 모르게 시들었다
저문 줄도 모르게 사라졌다
저문다는 말이 요즘들어 부쩍
가슴에 꽂히는 날들
문득
아, 한 해가 간다는 건
이리도 빠르구나
문득
아, 평생의 시간을 보낸 후
돌아보면 이렇겠구나
양초
그는 작은 바람에도 힘겨워했다
자주 휘청거린 그는
언제봐도 위태로웠다
그는 언제나 흔들리거나
흐느끼거나 때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묻히곤 했다
나에게 부치는 편지
성격이 모나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라
모두들 모난 성격 가지고 있다
그렇게 모난 사람들이 부대끼며
둥글어지고 둥근 세상 만드는 거다
그러니 부디
모나다, 모나다, 자책하지 마라
내가 나에게 묻는다. 너는 갑자기 왜 우느냐고.
요즘들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기분이 좋을때면
나조차도 어쩌지 못 할 정도로 좋았고
슬플때면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버렸다
감정은
한 잔 속에 담긴 물처럼
이리저리 쏟아 넘쳤고
뒤늦게 주워담으려고 보면
어느새 잔은 텅 비어있었다
너를 만나고부터 그러했다
응모자 성명: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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