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창작콘테스트 시 응모

by 꽃게랑 posted May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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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꽃봉오리가 돋아나던 계절

3월의 달력에 그림자가 차츰 질 무렵에

H는 말했다 벚꽃이 더 이상 피지 않았으면 좋겠다……

 

벚꽃이 피면

나는 당신에게로 가겠소

나는 당신에게서 가겠소

헷갈리는 말을 중얼거리기를

달이 눈을 뜨고 그 달이 실눈으로 마음을 훑을 때까지

떨어지는 매화에 개나리가 손을 내밀 때까지

 

누구보다 아팠을 미련에게

H는 흐느꼈다

멧비둘기의 허밍을 따라 혼자 앓던 사랑은 슬며시

손가락으로 튕기어도 아프지 않을 곡조가 되었다

 

갓 기지개를 켠 가야금이 가장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런 나날들이었다

그를 할퀴는 목소리

탁한 시간이

눈물에 썩어가는 가야금이야말로 쓸 만하다



필름

 

 

한강가에 노을을 두고 어깨를 맞대던

사랑했던 그때 뒷모습만

 

마침내 기억에 남는 순간들

NG는 없이

서서히 클로즈 업, 줌 아웃.

 

아무런 배경음악 없는 시간도

대사 없는 눈망울도

롱 테이크 트레킹.

 

외운 듯 토해내는 말들도

붉은 입술에 맞추어

다시 클로즈 업, 그리고 줌 아웃.

 

플래시 백! 기억을 휘저어

한 장면, 한 장면 편집한다.

페이드 인, 페이드 아웃.

 

마침내 다듬어진 기억들

영사기로 탈탈 털어내는

한 편의 우리.



서린 밤의 거리

 

 

새벽 세시

밖에서 나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하얀 콧김을 내쉬며 나왔다

하늘이 도둑눈을 내렸다

서투른 솜씨로 바닥에 흩뿌려 놓았다

미세한 유리가루인 듯 반짝였다

 

어느 소리도 들리지 않는

어둔 밤

차가운 우주 속을 걷다,

아무래도 하늘이 내린 건

눈이 아닌 별이었나 보다



일 포스티노

 

 

우물이 말라도 차오르길 기다리고

던지는 그물이 서글픈 줄 몰라도

그러려니 했던 거라

꿀 바른 입술은 너무도 달콤해 중독되고

속삭인 말 한 마디에 눈이 멀어도

좋은 게 좋은 거라

 

이제 백지가 채워지고

거리가 사람으로 북적이게

전부 꽉 들어차고 나면

, 또 부족하기를 아는 거라

 

위험한 줄 알면서도, 시인

파블로 네루다에게 현혹되다



불 들어오지 않는 방

 

늘 나도 없는 곳

그래서 들어올 때마다 낯선 냄새가 나는 곳

그렇지만 한없이 나를 벗겨낼 수 있는 곳

 

혼잣말로 방이 가득 찼다.

담을 귀가 없어서

낱말들이 사라지질 않는데도, 조용하다.

 

홀로 몸을 뉘였다.

구석에 홀로 뉘였다.

오늘도 쓸쓸히 흥얼거리다 잠에 든다.



이름: 김선우

H.P: 010-5514-2465

이메일: swoo11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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