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창작 콘테스트 발칙한 응모작 나비의 생 외 4편 

by hen posted Feb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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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의 생 >


문득 올려다본

콘크리트 벽 천장에 드러난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가엾어라 가엾어라

누가 널 이리 가두었을까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발버둥치고  제 날개를 팔딱거려도

피부에 느껴지는 끈적임은

절망만을 일깨워주듯이


그렇게 얄팍한 숨을

힘겹게 내쉬던

나비는 이내 조용히 날개를 축  내려놓았다


육각형의 견고한 감옥이

주마등 마냥 보여주는 얽매이고 얽매였던 나비의 생


덧없는 생에서 나비가 보았던 것은

창문에 걸린 파란 하늘이 아니었을까

작은 미련도

작은 희망도

모두 다 걸어놓은 채.


<나비의 허상>


네가 물었었지

나는 그날 무슨 생각을 그리 했노라고


혹여나 나를 구해줄 이가 있을까

하고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었다


내 샛노란 날개가 이내 꺾이고

그 생기를 잃어갈 때

비로소 뒤돌아보았다


내가 지나간 자리를


내 삶의 반이

밍그적 밍그적 기어다니고

큰일이라봐야

나뭇잎에서 미끄러지는 것이 다였다면


참으로 별볼일 없는 인생이였겠지


문득올려다본

푸른 하늘은

마치 구름으로 장식되어있는 푸른천장과 같았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동경과 갈망하게 만들었다


난생 처음  바라던 하늘을 향해

힘찬 날개짓을했을 때

나를 싣어주는 바람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싶었다


비록 날개는 꺾였으나

날아오는 나를 반기던 여린꽃들에게는

황금빛 찬란함이었을테니


창가에

바램도 희망도  싣어가라고

모두 걸어두고서

눈을 감는다





< 못생긴 사진>


나는 사진을 참 찍기 싫어했어요

왜냐구요

카메라에 비친 나는

참 못생겼거든요


통통한 얼굴

보기 싫게 톡 튀어나온 덧니

푹 눌러놓은 듯한 납작코


마음에 드는 구석이 어디있겠어요

보기 싫은 내가 잔뜩 있었지요


남들은 예쁘게

요렇게 저렇게 폼을 잡고서

찍어대는데


난 참 못낫대요


하지만 이내 깨달았어요

카메라에 담긴 건

못난게 아니라

쑥스러움이었어요


사진에 배어나온 쑥스러움은

썩 나를 예쁘게 만들어주진 못했지만


그 날의 풍경

그 날의 우리

그 날의 기분


모두 내 속에 있어요



< 첫 연애>


"난 연애를 안할꺼야!"

라고 열아홉의 나는 말했었다


그건 일종의 작은 규칙이었을까


하지만, 어떻게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너를 좋아해"

티없이 순진무구한 고백에

어떻게 거절을 했으랴


대답도 전에 홍당무가 된 얼굴이

대신 대답했지

"나도 좋아"라고


둥실둥실 분홍빛 솜사탕처럼

내 기분도 폭신폭신 떠다니네



< 겨울의 사랑방식 >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면

나는 그를 두팔벌려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역시 예외란 없다


그저 자비없는 그의 입김에

어떤 털달린 신발도 방패가 되지 못하고

여린 나의 발도 피해가지 못할뿐


마치 심통난 듯이 시뻘겋게 부은

여린 나의 일부분은

그저 씩씩대기만 할 뿐 속수무책이다


그런 그는

한동안 매섭다가

소리도 없이

온통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주고는

아닌척 지나갔다


밉다가도 괜히 사람 마음 뭉클해지게 만드는

너의 이름은 "겨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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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혜인

연락처 :010 9802 2205

이메일 : gkskql65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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