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 빈 손 외 4편

by 란지에 posted Feb 0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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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



겨울, 손이 차갑다

손 끝이 시리다

쥐었다 폈다

여전히 차갑다


손이 비어 있네.

비어 있으니까 차갑지.


따뜻하다

내 손 안에 네 손이 있어서

비어 있지 않다

그래서 따뜻하다


빈 손이 없다.

차가움이 없다.

따뜻하다.

좋다.









사랑 표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더라


그래서 오늘은 입을 열었다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아

들렸나보다

네가 웃는 것이 보인다


대신 나는

말없

그저 하염없이

네 무덤 앞에서 울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더라


너는 왜 표현이 없느냐.











베개



알고 있느냐

네 차가움에 베인 내가

오늘도 베개를

따뜻함으로 적시고 있다











화장



이제 대학생인 년이

화장을 해봤자

얼마나 잘 한다고

그 얼굴에 얼마나 예뻐진다고


도대체 그게 뭐냐

눈은 시꺼멓게 그리고

입술은 시뻘개서는

안 한 게 더 낫겠다


빈 말로라도 한 번

예쁘다고 해 준 적 없으면서

잘 했다고 한 번

칭찬해 준 적 없으면서


그래도 오늘은

빈 말로라도 예쁘다고 해주지

내가 뭘 해도 잘 했다고 예쁘다고 해주던

오빠 성묘 가는 날인데......









밤 길



마냥 어두운 밤 길을 걷는다

눈을 감아도 떠도 보이는 풍경은 어째 똑같다

어둠 속에서 의지할 것은 어둠 뿐이다

발목에 검은 숨이 감겨 걸음이 느려진

생각하던 그 곳은 아직인가보다

몸은 어둠의 무게를 짊어졌다

따뜻함이 그리워지다보니 이제 어둠이 따뜻하다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가 형체도 없이 검정에 먹힌다

소리도 없이 쏟아지는 잠에 몸이 흐트러진다

쥐고 있던 그것은 무엇이었더라 예전부터 무언가였나

아니 어둠이 흐트러지나

세상이 끝난다

아니 내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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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란지에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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