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바닷가
아무리 그리워도
바다는 내게 먼저 다가서는 법이 없었다
보고 싶을 때
동해안 국도로 달려갔던 건
항상 나였다
길 위에서 마주하는 이른 새벽
차창 너머 수평선이 푸른 빛으로 발원하고
포구는 몇 겹의 희망과
또 몇 줄기의 슬픔으로 휘장을 두르고 있었다
동해안, 그 길 위에서 마주한 그리움은
가끔은 유년의 형체로
또 어느 맑은 날에는 은밀하게 감춰둔 고향의 모습이기도 했다.
동해안 국도를 휘감아 달리는 때에도
바다는 아는 듯 모르는 듯
그리움의 색일지도 모를 푸른 모습으로
가까이 오지도 않고
멀리 사라지지도 않고
나와 함께 해안선을 달리고 있었다
숨 죽이며 흐르는 무수한 바람의 끝
산맥이 어깨를 내려놓은 해안에
두 팔 벌려 서 보면
나만 아팠던 게 아니었음을
나만 그리워한 게 아니었음을
그도 자기만큼 아픈 사연
얼마나 그리웠으면
아주 오랜
상처 같은 그리움
또 그 얼마나 깊었으면
한참을 달려도 바다는 나보다
먼저 저 멀리
동해안 국도가 끝나는 해안 길가
하얀 손짓 같은 포말을 일으키며
나보다 먼저
날 기다려 서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