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분 - <바다 산적> 외 4편

by 가을방학 posted Feb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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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愛


멀리 던져 퐁당!

 

어릴 적 여자애 손잡고 와가지고선 소매 걷고 던져

조개껍데기가 예리하게 핥고 지나간 자리에 선명한

따가움조차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그 무더위 속에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처럼 시간도 녹는다는 것도 모른.

 

불량배처럼 쿵쾅치는 가슴팍에 차오르는 숨을 참아

뱃고동을 향해 달리며 눈물과 함께 신에게도 빌었던.

차가운 겨울바다가 모든 걸 집어 삼키진 않았을 거란

손수건 마저도 글썽이던 그때. 인사말도 못 전했지

 

상처를 발견하는 나이가 되어 버린 지금의 소년은

사진들을 팔랑팔랑 찢고 서울숙녀에게 안겨있지만

물거품 같던 날들과 커봤자 한숨 투성이의 연못이던,

파란색의 이 녀석은 내 모든 걸 삼켜놓곤 여전한 묵념.

 

멀리 던져 풍덩!






겨울 국화

 

고요히 문을 열어 담배를 깨무니

눈앞이 고만 하얗게 멀어졌다.

 

스미어가는 것들이 날려 온다.

놓치기 싫어 잡으려하니 사라진다.

 

겨울의 국화. 그 애증의 꽃잎들이 사뿐히도 쌓여간다.

포근했던 가슴팍을 가진 동경의 소녀가 떠오른다.

 

슬피운 연정인지 반가운 찬사인지,

나에게만 들려주던 높은 음의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아느냐? 그때 우리가 쏘아올린 심포니는 유성우가 되어버렸다.

그져 차갑게 평행하는 우리의 운명이 식어 눈물이 되어버렸다.

 

아느냐?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내 가슴엔

음표마저 만년설이 되어 아니 흐른다.

 

담배연기가 하늘 로이 떠나가며 비웃음 친다.

나는 오늘도 만약의 바둑판을 혼자 알알이 채우겠다.

차분한 뜸부기가 들려주는 가련한 리듬으로.

    

 

 


 

바다 산적

 

뒷좌석에 앉은 녀석들은 예쁘다 난리 법석이지만,

결심 끝에 도착한 이곳은 내 시간을 거슬러갔다.

십년 만에 맡은 바닷바람에는 뭐가 들어갔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싫어했던 짠 내음이 여전하다.

답답한 마음에 달려와 바다바닥에 쓰곤 했던 글씨.

세월의 밀물이 밀려옴을 모른 채 담아만 뒀던 마음.

 

바닷사람들은 성격이 모질고 억세다해서,

옛날부터 두고두고 조심하라 카시던 울 어무니는

무슨연유로 시커먼 손의 바다산적 한 테로 시집갔는지.


매일 아침 인어가 되어 바다 속 소라를 친구 삼아 까꿍 놀이 나가셨다.

파도소리 위에 성가신 갈매기들이 자꾸만 울먹인다.

수십 년 물질하던 울 엄니 제삿날인건 짐승들도 아는갑다.

 

바다 성격이 모질고 억세다해서,

옛날부터 두고두고 조심하라 카시던 울 어무니는

무슨연유로 시커먼 손의 바다산적 한 테로 시집갔는지.





 

회색 편지

 

티 없이 맑은 하늘을 좋아하는 당신은

맥주를 마실 때 에도 구름 같은 거품을 단숨에 삼키고 당신은

 

자기만의 취미가 있다는 건 종신보험 든 거라던 당신은

내게 그대 자는 모 습을 몰래 훔쳐보는 취미를 주었고 당신은

 

빛나야할 우리의 밤이 외로워야만 하는 이유를 당신은

내게 알려 라도 주시는 것처럼 차분히 식었다 당신은

 

비에 젖는 강이 울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당신은

홀로 허파속의 꽃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갔고 그렇게 당신은

 

바람 한 점에 숨어 마셔대던 구름의 곁으로간 당신은

시계바늘을 꺾느라 피 묻은 내손을 못본척 못해요 당신은

 

날카로운 쇠가 앗아간 살점보다 더 큰 파고를 준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랄 건가요? 웃으며 안아주실 건가요? 당신은

 

이미 남의 것이 되어버린 내 머리칼을 아나요 당신은

반짝이던 네온사인 하나까지 농담인걸 알려준 당신은

 

오늘의 나는 짙은 바람도 헤매는 이곳, 찢어대는 골목길인데 당신은

떨어진 안경을 줍지도 못하는 날 알면서도 잊은 척 살게 하는 당신은






   

 

별거 없다 카드라!

 

    

아들놈 대학까지 다 보내놓고나서는

허리도 좀 피고 시원하게 소주 한잔 따고

두 손 팡팡 털고 낮잠이나 자뿔라는 찰나에

 

막내 놈이 웬 종이 쪼가리를 들고 달려온다.

아부지 아부지 우리 배타고 요그 요 섬에 가면 안 되나?

우리 반에 예지가 방학에 이쪽에 놀러간다켔단말이야.

 

아이고, 이 문디 자슥아.

 

얼음 속에 손을 몇 번 푹푹 쑤셔서 뒤져가지고

눈을 뜬 채로 눈을 감은 고등어 한 마리 잡아

막내놈 한 테로 보여준다.

 

요놈들이 다~ 갔다 와봤다든디 별거 없다 카더라!





석현우 23세 (010 8942 2172)

 shw6733@nate.com

시를 쓰다보면 항상 새로운 시상을 찾아 또 다른 내가 되는 경험을 겪곤합니다.

그런 경험들이 하나 씩 찾아 올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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