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창작 콘테스트 시부문 공모 (이채린)

by leeali posted Feb 10,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편백 (扁柏)

 

 

노인이 해안가 주변을 걷는다.

시간의 물결은 그의 흰 머리와 주름에 흐른다.

 

저 바다, 내가 사랑했던 바다는 아직도 고요히 서있다.

흐르는 물결도, 매일 아침 들어 올리는 해도 모두 그대로이다.

하지만, 사라지고 바뀐 많은 것들은 나를 공허함 속으로 잠식시킨다.

 

바다는 그를 가엾이 여겨

편백(扁柏) 하나를 보내준다.

그의 주름진 손과 울퉁불퉁한 나무 조각은 점점 하나가 된다.

 

더벅머리의 순진한 어린 남자아이가 호수 옆에서 불을 쬐고 있다.

불이 인접한 나무를 부드럽게 감싸자,

남자아이의 사랑스러운 여동생들은 짧은 발걸음으로 그를 쫓는다.

마치 성화 봉송을 하듯,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불붙은 가지를 들고 원을 그리며 돈다.

그들의 부모님들은 작은 종달새들의 소리를 듣는다.

모든 것이 호수의 표면처럼 잔잔하고 평화롭다.

마치 우리의 사랑, 연민, 공경이 숨기 전의 모습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바다에 뛰어들기보다 정해진 길을 찾아왔다.

숨을 쉴 공간도 없이, 앞질러 가기 위해 고독한 발걸음을 크게 내딛어 왔다.

더 많이, 더 빨리에 익숙해진 나머지, 천천히 관계를 형성하는 일에 지쳐 스스로 입을 닫아버렸었다.

 

미스, 미스터 유비쿼터스,

우리가 유비쿼터스보다는 노스탈지아를 기억하게 해주시오.

바다의 물결이 우리의 진실된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주게 해주시오.

잠들어버린 이들에게 편백(扁柏) 한 조각을 보내주시오.

 

 

  

 

  

반어 (反魚

           

하는

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위로, 아래로, 위로, 다시 아래로

올라가고 떠내려가는 행동을 반복한다.


미련해 보이는가?

잘 알지 못해서이다. 처음 보아서 그렇다.


반어(反魚)는 결국 강 끝까지 간 후

새로운 을 창조하고

자신은 한다.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곧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일이다.


반어, 그 물고기의 이름-

시대를 변화시키는 혁명가이자 우리의 등불

 

 

 

 

 

저녁 무렵에 선 우리


201355,

"부디 이 땅에서 대한민국 후손들의

뉘우침을 보아주시고......"

임진년의 불길 이래, 이 땅에 불귀신 지귀가 다시 찾아왔다.

선덕여왕을 향한 사랑으로 몸이 불타버렸던 지귀가

마지막으로 반만년의 푸른 강산과 역사를 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지귀는,

한강의 남문(南門)이자 우리 민족의 얼굴인 숭례문에 찾아왔다.

지귀는 우리 모두를 따끔하게 혼냈다.

너희는 숭례문을 여흰 죄가 크다.

너희는 효()로 이 나라와 이 땅을 사랑하지 못했다.

너희는 우리 민족의 얼을 계승하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 저녁 무렵에 서 있다.

하루 반나절을 마무리하고 새로 다짐하는 저녁 무렵,

낮의 밝은 햇빛 속에 들춰진 잘못과 부끄러움으로 새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다가올 밝은 새벽을,

후회의 벌거벗음 없이 마주할 것이다.

 

 

 

  줄다리기


남한과 북한은 50년 전부터

줄을 당겨왔다.

아직도 손에 땀을 쥔 채로

줄다리기를 한다.


온갖 허영심과 자존심으로 얼룩진

이 힘겨루기-

다들 '일단 이기고 보자.'


끝까지 힘을 내자며 서로 의지하며

외치는 구호!

하지만남북줄다리기에서우리는,상대에대한욕설과비난으로소리치고있었다.


노력의 대가로 얻는 값진 땀방울!

하지만남북줄다리기에서는,상대를이기겠다는자존심과이기심의녹슨땀방울이되어우리들의화해와평화의마음을병들게하고있았다.


줄다리기를 한 후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굳어버리고 저려오는 근육들!

하지만남북줄다리기에서는,‘미사일발사,핵실험,강력대응'의돌이킬수없는단단한돌덩이가되어우리를짓누르고있었다.


우리도 모르게

이 의미 없는 힘겨루기만을

계속 하고 있었다.



책 = X

책은 미지수 X이다.

따라서 1+1=2가 되는 것도,

1-1=0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채린, onthego0820@naver.com



 


Articles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