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 별이 내린다 외 4편(김수정)

by 수정 posted Feb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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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린다


  버스 옆자리의 그가 순한 짐승의 숨소리를 내며 내 어깨에 머리를 떨구었다. 무심코 보았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칼과 흐트러진 속눈썹에서 반짝이는 별이 떠돌았다. 보아선 안될 것을 본 것만 같아 고갤 돌렸다.

  가만가만, 창 밖보다 따듯한 체온이 내 어깨로 번져왔고 애써 시선을 돌린 창 밖에선 그에게서 떠돈 별들이 수도 없이 뜨고 지었다. 야속하게도 나는 그 별들을 헤아리고 말았다.


  그날 밤. 침대에 누운 뒤에도 그 순간을 남몰래 훔쳐온 듯 선명한 영상이 떠오른다. 피곤은 오려버렸는지 잠도 안 오고 고개를 뒤척이면 눈앞에 그만 따라온다.

  내 눈앞의, 지구 위의 그대가 별을 내린다. 도독도독 봄비대신 별을 맞는 버스의 진동, 머릿속 풍경과 오늘의 그가 해뭉근하게 섞인다.

  부지불식간에 별, 아니 그가 폭죽처럼 휘날아든다.

  세포의 끝자락, 따순 혈관, 마침내 심장, 더 위로 입술을 달싹이고, 그리곤 입꼬리에 맺혔다. 나는 살풋, 웃고 말았다.


  때아닌 그런 웃음은, 진달래도 피고 개나리도 피고 목련, 매화, 벚꽃도 만발하며 그 꽃들이 덧없이 질 줄을 알면서도 그들의 잔향만으로도 전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오월을 부른다.

  마음이 활짝 피고 있다.  



4월


바닷바람이 몰고 온 소식이
서슬 푸르게 가슴을 베고 간다.

칼날 세운 희망과
소리 없는 고문.

바다는 세상을 태우고
세월은 침묵과 침몰한다.

푸르러야 할 4월에
가득 찬 멍,
청(靑)한 나날이여.

꿈같은 4월에

꿈꿔 선 안 될 일이 내려앉는다.



주삿바늘


보기 싫어도,
찔러 넣는 주삿바늘을 보아야 했다.
내 눈으로 아픔이 오고 가는 것을 보아야 했다.
그래야 조금 뒤엔 나아질 거란 희망이 생겼으므로.

네 등은 뾰족했다.
희망이 미어지는 주삿바늘이었다.  



초승달의 시


내일로 건너는 새벽
검은 하늘 오리고 걸린
초승달에 눈길이 멈춰
날 두고 홀로 걸어오고 말았네.

널 떠올리는 내 맘이 타듯,
햇빛에 달이 타던데

솟아오르건데,
그리움, 그리움

달에 걸어둔 내가,

네게로 걸어가 시가 되길.



허물어져라, 가을


당신 손만큼이나 큰 낙엽 그림자가
가슴을 쓸었다
마음의 이음새가 잔뜩 헐거워졌다
벌어진 마음의 틈 사이로
모든 계절과 다른 가을이 온다


새잎 돋아나 갈대로 자랐을 때
바람은 그늘에 서성이었고
나무는 다만 주저하였다.
마음을 기울여 보내야 할 것을
온몸 허물어 당신에게 보일 것을


노을로 잎을 빗질하고
훌훌 벗어본다 바람에 맡긴다
천 개의 잎사귀 떠나보낸다
당신의 언저리로 날려보낸다
지켜본 시간 마주 잡아 불붙여보낸다
주홍빛 홍조는 뜨겁다


불비처럼 가을이 온다
우린 가을에 젖는다
당신의 어깨를 물들이는 햇살이 주홍빛이다
가을이 누구의 속살을 좇는지
이제 당신도 알게 되었다.  



/김수정

/bnto_krystal@naver.com

/010800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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