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색의 마블링 물감
1)
시간이 어렸을 적
나는 그려 넣은 것에 만족치 못해
덧칠을 반복했다.
무엇이 남았겠는가,
발 밑의 진흙은 남아있는 색채를 삼켜갔다.
만족하였나?
그 때 보인,
머얼리 보이는 저 새 것의 캔버스는,
저 캔버스가 빛이 되련가,
삼키려는 진흙을 헤집어
질척이며 떠나기를 시작했다.
가까워지지 않는 저 순백에
미련의 손을 잡을까,
그러나 보라,
빛이 나지 않는가.
이리로 오라 하지 않는가.
2)
색깔, 색깔의 향연이었다.
미뉴에트의 박자로 춤을 추듯 채색되었고
하늘은 아름다움을 막지 못해
그들에 취해 물들어 있었다.
만족하였나?
색깔 속의 길만은 새하얀 캔버스였다..
누군가는 이 길을 걸어온 터였다.
물들이며 기뻐하였을테고
종래에는 외쳤겠지,
나는 만족하였다고.
감히 올려다본다
내 진흙들과 더러운 하늘은 무엇이었는지
진흙이 나를 삼키련가,
내가 내 꿈을 삼키려 하는데
그저 질척이는 진흙을 한 움큼 집어
끝내 주저하였다
어리석었나?
한 번의 내던짐으로
그 미련의 마무리를 한다
묻어져라, 묻어져라 하는 것이었다
그 새하얀 캔버스 길을 보며.
기억, 죽다.
그녀 위에
국화가 내려앉았다.
추억이 늘어가고
미련이 많아질수록
국화는 어느새 머리를
하얗게,
물들였다
머리 한번 저으면
꺾이고 말 것을,
그저 품던 품에서
꽃은 꽃으로 한번 더 핀다
아아, 진다
그녀는 꽃 같이 스러진다
또 한 번 그녀에게 국화가 핀다,
수북히 피어난다.
기억, 죽다.2
아이에게 들려준 색색의 풍선은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기 때문인가.
둘러서 뿜는 연기는
근심을 보내기 위함인가.
표정이 숨길 수 없이 구겨진 까닭은,
우리에게 쏘아져오는 빛 때문인가,
어떤 이에게의 슬픔 때문인가?
과연 존재했는가?
자기 합리화 레시피
두서없이 흐르는 말들을 잘 묶는다
의미 부여 한 큰술을 뿌리고 잘 섞어준다
무언가의 안에 어떤 것들로 가득히 헛채워준다
안쪽 깊숙한 곳에서 천천히 정당화 시킨다
서툰 고백
밤은 순수한 시간,
언제나 온 몸으로 사랑 고백한다
헤는 이가 보는 때마다
가장 빛나는 백합 한 송이
두 팔 가아득 벌려 안고 있다
반짝이는 잉크 찍어
검은 하늘 가득하게
편지 써내린다
지친 이가 잠들 적 내려왔다,
서늘한 바람결에 아닌 듯 올라선다
밤은 수줍은 시간,
미루어 기약하며 사랑 고백한다
/양은지
/01091437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