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인형 외 4편

by 단순 posted Feb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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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내 취향이었어.

희고, 곱고, 귀여운 예쁜이.

밤마다 안고 싶었고,

너와 잠들고 싶었어.

너는 내게로 와

품에 예쁘게 안겨

그날 나는 최고로 행복했었어.

행복했었어.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밤

여느때와 같이 침대에 앉아있던 너

그 옆에 늘어지게 누웠지만

기쁘지도 않고,

행복치도 않아.

희고, 곱고, 귀여운 예쁜이는

노랗게, 체취가 묻어

옆에 두고 싶지 않았어.


그래, 이건 옳지 못하다며

낡은 쓰레기통에 인형을 처박고

더 큰 인형을 찾아.

그래, 이게 최선이라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


너와 내가 함께 나아갈때는

발 맞추는게 중요하단다


네가 어떤 금이건

내가 어떤 흙이건

본질은 잠시 접어두고

발 맞추는게 중요하단다


네 아버지가 일류 선글라스였고

내 어머니가 삼류 돋보기였대도

너와 나 함께하는 지금

발 맞추는게 중요하단다


자랑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주고

숨기지 않아도 서로를 배려하는

너와 내가 지금 함께하니

발 맞추는게 중요하단다


뽑기

동전을 두 개 넣고 돌리면

데구르르 굴러나오는 캡슐

누구한테 갈지도 모르고

어떤 게 올지도 모른다

원하지 않는게 나와도

동전 두 개 값이면 싼 편이지

버리면 그만이야, 하고

생각 없이 돌리는 뽑기 손잡이


노인의 삶

누가 나를 낡았다 하느냐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것은

목공 손에 들린 망치처럼

아이 손에 닿은 피아노처럼

아직도 많이

많이 남았단 말이다


누가 나를 힘없다 했느냐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것은

저 새가 나는 것처럼

저 선풍기가 도는 것처럼

여전히 힘차게

힘차게 해낼거란 말이다


누가 나를 늙었다 하느냐

나이들고 병들어도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누워 그 날을 기다리는게 아닌

당장 일어나 너를 껴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청춘

졸업식에 받은 장미꽃 한 송이

순수하게 피어 내 손에 들렸다

한나절 뜨겁게 품어지던 장미꽃은

졸업식이 끝나자 유리병에 꽂혀

며칠을 며칠을 말라가며 버텼더라


졸업식에 받은 장미꽃 한 송이

마르고 잊혀져 묵묵하던 꽃은

그 안의 어여쁜 속잎들을

며칠을 며칠을 정성스레 가꿨더라

아름답디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혼신의 힘을 다해 피워내더라



장아현

010-4460-6159

slaqmfxhsld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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